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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바가지 씌우라는 것이 아니라

by Aphraates 2014. 11. 20.

세일즈를 잘 한다.

업무를 잘 한다.

그렇게 얘기들을 하지만 그런 것은 만들어지기보다는 다 타고 나는 것이고, 그 길을 잘 찾아야지 엉뚱한 길로 들어서면 평생을 고생하게 된다.

 

사람마다 개성과 특성이 다르듯이 일하는 스타일도 다 다르다.

일의 추진과 결과도 마찬가지다.

다 잘 할 수는 없다.

누구라도 강점과 약점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잘 하는 것이 있으면 못 하는 것도 분명 있기 마련이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다 잘 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니 그 점을 감안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당 선생이다 하면 이거 다” 할 정도로 특출한 것 한두 개와 함께 다른 면에서도 일정한 능력과 성실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래야 보편적으로 원만하게 살아갈 수 있다.

 

전에는 하다 하다 할 거 없으면 농사나 짓는다고 했지만 현대화 된 영농 시스템인 지금 그렇게 했다가는 비닐하우스에 심어 놓은 거 다 말라 죽이거나 죽텡이 만들어 쪽박 차기 십상이다.

예전에는 정 해 먹고 살 거 없으면 구멍가게라도 한다고 했지만 편리한 유통시스템이 잘 정비된 지금 그런 정신으로 했다가는 가게에서 하루 종일 쪼그라트리고 앉아서 졸고 있어봐야 라면 하나 팔기도 어렵다.

가장 손쉬운 것 같은 농사나 장사도 잘 하는 체질이 있다.

농사 잘 짓고 장사 잘 하는 사람이 깃발 날리며 신바람 나게 일하며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것을 보고 채질이 아닌 사람이 나도 한 번 해보겠다고 한다면 그에 절한 지식을 갖고 합당한 처신을 하면서 피땀 어린 노력을 기울여야지 별 뜻도 없이 마지 못 해 하는 얼치기 식이라면 몇 조금 못 가서 백기 항복하게 될 것이다.

 

어제 예약을 하고 아침 일찍 자동차 점검과 수리를 받으러 전문 서비스 협력업체에 갔다가 여간 황당한 것이 아니었고 엄청 기분이 나빴다.

차를 직원에게 인계하면서 어제 예약을 했는데 여태껏 해온 점검과 수리 내역을 감안하여 전반적인 점검과 수리를 부탁했다.

갖고 간 책과 가방을 들고 휴게실로 가면서 무슨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일임을 했으면 그 간의 점검수리 이력사항을 검토한 후에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파악을 하여 고객한테 차량 정보와 수리 우선순위를 정해 자료를 제공해 주고 승낙을 받아 작업을 하면 되는데 책임감 없이 우유부단하게 나오면서 고객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이었다.

좀 언짢아서 손님이 내가 잘 모르니까 서비스 센터를 찾는 것이고, 전문점이라는 곳에 왔으면 전문가답게 일식으로 일 처리를 해줘야지 타이어는 여기서 갈고 밸런스 조정은 다른 곳에 가서 하고 하라면 얘기가 되느냐 또, 타이어 상태가 어떠나고 물으면 교체를 해야 할 것이지 말아야 할 것인지 명확한 답을 줘야지 갈아도 되고 안 갈아도 된다면서 손님이 결정하라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하면 되겠느냐며 타이르듯이 말했더니 체제가 그렇고 관례가 그러니 이해해달라고 했다.

 

기가 막혔다.

영업하는 체재와 관례라는 것이 도대체 돈을 벌게 해 주는 고객을 위해서 있는 것이냐, 돈을 벌고자 하는 사업자 편리대로 있는 것이냐며 한 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어린 직원들한테 그럴 수는 없어서 그러면 다른 것은 뒤로 미룰 테니 간단한 수리만 해달라고 했다.

 

작든 크든 뭐든지 하나라도 더 팔려는 세일즈 맨(salesman:영업사원)으로서 또한 작은 것이라도 고치려고 하는 엔지니어와 테크니시언( engineer & technician : 기술자)로서의 기본자세가 안 돼 있다.

아침부터 피차가 얼굴 찡그릴 일이지만 고객이 사업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그런 역리(逆理)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당당했다.

바가지 씌우라는 것이 아니라 영업사원으로서 기술자로서 정정당당하게 해야 할 일을 하고 그에 상응한 합당한 돈을 받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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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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