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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장모

by Aphraates 2014. 11. 27.

아우님들과 족보(족발과 보쌈)집에서 만났다.

족발과 보쌈은 선호하는 음식이 아니다.

어쩌다가 어울리면 먹는 정도다.

한데 돼지 족발과 수육 보쌈을 함께 한다니 좀 특이하게 느껴졌다.

그런 집도 있느냐고 했더니 자리를 주선한 스테파노 아우님이 대전에서 유명한 집인데 형님네 동네 바로 코앞에 두고도 모르셨느냐면서 우리 형님도 한물 가셨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오늘의 주된 대화는 내년 봄에 오일팔 부부 동반하여 남해안으로 꽃구경 가자는 것과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부부생활이었다.

나들이 문제는 바로 결정이 나 길게 얘기할 것이 없었다.

주로 아이들 부부 생활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

 

젊은 세대들이 쿨하다는데 동감이었다.

얼굴 한 번 안 보고 결혼을 했어도 인내심을 갖고 백년해로(百年偕老)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살았던 우리들 세대와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좋은 것은 좋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확실하게 하는 것은 봉건주의적 사고방식에 절어 절절 매는 우리들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란다.

특히, 천방지축에 가깝던 남자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나면 집 안에서고 밖에서고 못 하는 것이 없이 착하고, 아내 말이라면 끔뻑하면서 처가 위주로 생활이 영위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란다.

아들 나서 갖은 고생을 하고 정성을 들여 키워 놨더니 빼앗아 가는 사람 따로 있어 남 좋은 일만 시켰다고 탄식하는 사람들도 이해할만 하단다.

아우님은 장인(丈人)의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처가와 경찰서와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는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듣고 살아온 세대들로서는 여권신장(女權伸張) 문제를 떠나 그런 변화가 썩 맘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장모님들의 극성이 대단하단다.

잘 낳고 곱기 곱게 귀하게 키워 보낸 딸을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이라면 아들을 생각하는 시어머니도 마찬가지일 텐데 장모와 시어마니가 일대일로 싸우고 계산해보면 장모의 완승(完勝)일거란다.

 

논산 출신의 배(裵) 가수가 생각났다.

일자무식과 무일푼의 시골 농사꾼 사위를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장모님을 위하여 노래까지 만들어 헌정(獻呈)했고, 그게 히트하여 가수로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지금은 못 난 사위에 불쌍한 내 딸이라고 무시를 안 당하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늙수레한 소리꾼도 생각났다.

며칠 전에 상갓집에 같이 가던 대모(代母)님께서 광천 출신 장(張) 소리꾼은 지금도 소리 잘 하느냐고 물었다.

교류도 없는 우리가 어찌 알겠느냐며 뜬금없이 웬 OOO이냐고 했다.

그러자 대모님께서 전에는 그 사람 콘서트 공연에도 종종 갔고, 그 사람과는 가느다란 인연의 끈도 있다면서 그의 아픈 과거를 말씀하시었다.

맹렬 극성 장모인지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장모였는지는 모르겠다.

사위가 나이가 연만하도록 밥벌이도 제대로 못 하고 노래만 부르러 다닌다고 장모님이 억지로 이혼을 시켰었는데 그 뒤로 다시 합쳤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 그의 노래에 그런 한도 깃들여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대모님은 참 아는 것도 많으시다면 서 지금 대모님께서 돌봐주고 있는 딸과 사위가 외국계 회사에서 잘 나가고 있으니 그런 소리는 안 들으셔도 될 거 아니냐고 했다.

그 장모님도 만만치는 않다.

내 사위가 그 정도면 이혼 아니라 그 보다 더 한 조치도 내릴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우회적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다.

 

씩씩한 그러나, 사랑이 철철 넘치는 장모에 물렁한 그러나, 겉보기는 그래도 속으로는 다 계산하고 있어 몸을 바짝 낮추고 있는 사위와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위엄 돋는 내무부 장관, 이혼을 부르는 장모 스트레스!” 라는 장모에 관한 기사 가 눈길을 끌었다.

 

사위가 오면 버선발로 나아가 맞이하며 씨암탉 잡아 몸보신시키는 사위한테 절절 매던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라는 시절은 벌써 갔다.

내 딸한테 잘 해 주고 처갓집에 잘 해 주면서 제들도 잘 살면 장모님도 사위 자랑하며 잘 해 주지만 안 그러면 씨암탉은 고사하고 귀싸대기를 내리치는 세상이다.

애기 기저귀 가방 들고 다니거나 설거지하는 머슴애들을 보면 “야, 이놈들아 OO 떼 놓고 다녀라” 하면서 꼴 볼견이라고 외면하던 것은 옛날이고 “맞벌이하면서 서로 고생하는데 그래도 남자가 뭔가는 더 해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바뀌어 가지만 그 보다 몇 배는 더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너무 그렇게 일그러진 관계로 급속하게 서구화되는 과정에서 표 안 나는 불평등 계약과 같기도 한 것이 약한 자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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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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