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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주당 체면이

by Aphraates 2014. 11. 25.

몸 상태가 좋아졌는지 술이 술술 잘도 들어간다고 했다.

이튿날 머리가 아프다거나 속이 쓰린 것도 없다.

주당이여 영원하라!

건강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술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모르는 바 아니니 그렇게 자만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속으로는 참 멋들어진 주당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한데 그게 속절없이 무너져버렸다.

자타가 공인하는 주당의 체면이 영 말씀이 아니었다.

체면 차릴 장소와 체면 구겨져서 미안해 할 분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위기를 북돋아야 할 자리에서 주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한 직무유기(職務遺棄)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고, 하필이면 날짜들이 그렇게 연달아서 겹쳐져 발군의 실력발휘를 못 한 것이 아쉽기도 했다.

 

너무 소원했던 것이 죄송스러워 유럽 산티아고 도보 성지 순례를 떠나기에 앞서 형님들과 형수님들 모시고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면서 알베르토 아우님이 마련한 “갈마 고개” 자리에서였다.

남자 주당 그룹의 갈마동 주당 박(朴)과 둔산동 주당 김(金)이 몸 사리면서 힘 한 번 제대로 못 써보고 물러 안았고 대신 주당 그룹으로 치면 너무 한 참 아래라서 주당 그룹이라고 할 수도 없는 갈마동 세(Ce)와 상대동 루(Lu)가 술 맛이 달다고 하시면서 자리를 꿰 차시었으니 남주당(男酒黨) 파의 굴욕적인 사건이었다.

물론 김의 연속된 주석 강행군과 박의 건강검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글 l된 것이지만 그래도 청탁불문(淸濁不問)으로 시작되는 주당십계(酒黨十戒)의 규율을 어긴 것은 이다음에 다시 한 번 자웅을 겨루자고 재결투를 보챌 수도 없는 용납하기 어려운 자존심 문제였다.

 

전 같지 않게 손사래 치며 스타일을 구기든 말든 좋았다.

앞으로도 그런 자리가 종종 있어 파안대소하는 것도 잘 사는 길이라 여겨지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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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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