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아킬레스(Achilles)건을 갖고 있다.
아픔이 있고, 약점이 있는 것이다.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은 금기(禁忌=터부=taboo)다.
건드려봤자 본전도 못 찾고 후유증이 큰 상처만 남기게 된다.
생판 모르는 남남지간은 말 할 것도 없다.
나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이도 다르지 않다.
즉, 부부, 애인, 친구, 동지, 동료, 동창지간처럼 허물없는 사이일지라도 조심할 것은 조심해야 한다.
상대의 약점, 허점, 아픈 과거, 현재의 슬픔, 부족한 학력과 이력, 열세의 신체와 미모같이 미묘하거나 아픈 곳을 찌르거나 찔린다면 관계가 소원(疎遠)해질 수밖에 없다.
혈맹의 아군이 순식간에 타도의 적군으로 변하는 것이다.
큰집에서 자(子)와 희(熙)가 한바탕 붙었다.
간간이 보는 미묘한 감정싸움이다.
언뜻 보면 몸을 푸는 가벼운 닭싸움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먹느냐 먹히느냐를 놓고 혈투를 벌이는 맹수들의 사바나 초원 결투다.
화기애애하게 잘 나가다가 모종의 건으로 그렇게 틀어지니 심판이자 관객인 사람으로서 당황스러웠다.
수습에 들어갔다.
이 쪽도 옳고 저 쪽도 틀리지 않았다고 토닥거리며 흐트러진 분위기를 달래놓고는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려 간신히 말려 놨다.
그게 전쟁 종료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묵시적으로 잠정적인 휴전을 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먼저 심하게 공격을 하고 강하게 되받아칠지 모른다.
뼛속까지 내재된 감정의 골을 완전히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여차 하면 폭발할 휴화산(休火山)과 같다.
학교(學校)라면 둘 다 할 얘기가 많지 않다.
그 때 그 시절 대부분의 시골 아이들이 그랬듯이 그 들도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는 둥 마는 둥 하여 검은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다니는 중학교에 다니는 선택받은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인생역정(人生歷程)을 걸어 온 것을 생각하면 눈물겹기도 할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듯이 상급 학교에 다니고 공부를 잘 했다고 해서 국가 사회적인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지위도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가 역전되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 그게 쓰라린 인고의 세월을 보상할 수는 없는 것이다.
뭐 찢어지게 가난했던 집 아이가 도락구만한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기분 좋게 한 잔 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고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모르던 집 아이가 노가다 판을 전전하면서 누가 술 한 잔 안 사주나 하고 기웃거리는 경우도 있지만 아픈 과거를 보상하거나 슬픈 현실을 모면하기에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 처지를 생각한다면 둘이 잘 맞아야 할 텐데 그렇질 못 하다.
평온하면서도 풍파의 조짐이 있고, 무탈하면서도 가시 돋친 공방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현상이다.
청산될 수 없는 과거에 변모하기 어려운 현재에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이다.
부족한 상태에서도 자의 과거는 희보다 낳았고, 판단하기 나름이지만 희의 현재는 자보다 좀 나은 편이다.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없다.
이렇게 보면 자가 맞고, 저렇게 보면 희가 맞다.
파국을 맞을 상황은 아니기에 위태위태한 위기상황을 연출하면서도 큰 문제없이 넘어가곤 하지만 언제 다시 활화산(活火山)으로 불변할지 모른다.
물론 옆 사람들이 볼 때는 별 것도 아니고, 다 그런 것인데 나잇살이나 잡수신 분들이 왜 그러느냐고 하면서 “우리가 남이가?”하고 웃으면서 넘어가지만 둘이 서로를 생각할 때는 목에 걸린 가시 같을 때가 있는 것이다.
일본 큐슈지역 아소산(阿蘇山) 화산이 터질라고 꿈틀거린다더니 드디어 터졌다는 보도가 있던데 꼭대기까지 올라가 분화구를 내려다보던 기억에 새롭다.
현지 안내 가이드는 저 화산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여차 하면 안내에 따 행동해야 한다면 심각하게 말했지만 우리들은 그 때는 그 때 가서 움직이면 되는 것인데 뭐 구경 잘 하고 지금에 무슨 호들갑이냐며 활개를 치고 다니면서 속속들이 구경을 했다.
금기시해야 할 것을 들춰내는 자와 희는 먹은 맘은 없지만 휴화산과 활화산의 모습이고, 우리들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을 느끼는 구경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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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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