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된 성당 울뜨레야(ultreyas : 꾸르실료운동) 간사 선임이 있었다.
사전 협의된 대로 양(梁) 형제님 내외가 추천됐다.
나와 전전 간사님이 동의 재청 발언을 했고, 만장일치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분께서는 연말 정년퇴임 등등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불가하다며 난색을 표하셨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사정이 그렇게 절박해서 그러니 양해를 해달라고 하시는데 더는 할 말들이 없었다.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이 장래가 조용해져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자 양 형제님 배우자인 김(金) 자매님이 나서셨다.
전폭적인 성원을 주시는데 거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전제를 하셨다.
이어서 자기가 생각해도 남편이 간사 일을 맡아보기에는 불가능할 것 같고 자신도 남편과 함께 일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부간사 정도는 맡아서 하겠다고 하셨다.
공동체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사회적으로도 여건이 좋지 않은데 누가 그 어려운 일을 맡아 봉사하겠느냐고 걱정하던 현실에서 일단 인선(人選)의 물꼬는 트였으나 가장 중요한 간사(幹事) 선임이 미루어지는 상황이 됐다.
말 그대로 앙꼬 없는 찐빵이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무슨 묘안이 없을까 하는 걱정스런 표정들이셨다.
이 때 홀연히 나선 조(趙) 형제님이 시원하게 정리를 하셨다.
간사는 김 자매님이 맡으신다면 조 형제님 자신이 부간사를 맡아서 단체가 잘 되도록 하겠다고 화끈하게 제안을 하셨다.
그리고 그 제안대로 결정이 되고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을 했다.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여러 가지로 이만저만 바쁜 사람이 아닌데 역시 조프가 해결사(解決士)가 됐다면서 좋아했고, 회원들 전체가 똘똘 뭉쳐서 단체가 지금처럼 잘 되도록 하겠다는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라면 환영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의미보다는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는 것이 돋보여서 그런지 어감이 영 안 좋고, 배척도 당한다.
오늘의 해결사는 환영받는 좋은 모습이었다.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스러웠다.
그런 것은 세파에 물들지 않아도 되련만 신앙 공동체에서도 그 거센 파도를 피할 수는 없는지 봉사자와 봉사 단체의 장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뭘 맡으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사 가겠다고 할 정도로 거부와 기피 현상이 심각한 것이 당면한 현실에서 그렇게 시원스럽게 매듭지어진 것도 온 세상이 하얗게 소복이 내린 눈만큼이나 다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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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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