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이다.
가난한 농촌의 아들로 태어나 가진 것이나 배운 것 없이 시골에서 작은 농사 채와 막 일로 집안을 꾸리며 가족들 뒷바라지를 하다가 도시로 나와 일가를 이루고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아우님과 점심 때부터 늦은 밤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나하고는 나이 차이도 있고 하여 뭐 잘 못 된 것이 있으면 내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아우님도 투정부리는 식으로 솔직담백하게 말을 마구잡이로 하는 그런 관계인지라 여러 가지로 인식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하는 바가 많았다.
아우님이 이런 말을 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세요.
가진 사람들과 배운 사람들은 다 OOO들이에요.
겉으로는 고고한 채 하며 좋은 얘기는 다 하지만 결국은 그들이 법을 안 지키고, 남의 것을 빼앗고, 약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원흉들이에요.
형님도 많이 배웠고 남부럽지 않게 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 축에 든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그들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이고, 소탈하고, 성실한 측면이 있어 내가 좋아하고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나는 잠시 아우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봤다.
내세울 것 없는 신세로 홀혈단신 객지에 나와 먹고 살기 위하여 별의별 일을 다 당했을 것이다.
내가 아닌 모든 사람은 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절했을 텐데 그를 극복하고 그나마 밥술이라도 먹고 사는 것은 대단한 인간승리일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었을 사람이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그런 소리를 다 할까 하는 생각에 맘이 아팠다.
그러나 그에 동조하면서 부화뇌동할 수는 없었다.
호되게 일갈을 했다.
조근조근 말 하면 일거에 반발을 수도 있는 아우님이기 때문이다.
그래, 자네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세상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는 것이고, 세상 일이 공평무사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다 제 팔자대로 사는 거다.
잘 난 O은 잘난 대로, 못난 O은 못 난 대로 어우렁더우렁 사는 거야.
못 난 O이 잘 난 O처럼 돼야 한다 하고, 못 가진 O이 가진 O과 같게 가지려고 한다면 가능치도 않을 뿐더러 노상 싸움질이어서 피차가 망가질 따름이다.
그러니 남과 비교하거나 남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작은 나부터 작은 일 하나라도 열심히 하고, 서로 인정하면서 콩 한 쪽이라도 나누려고 한다면 보다 밝은 곳이 될 것이고, 절대로 불의가 정의를 범하지는 못 할 것이다.
자네는 자네고, 그들은 그들이다.
함께 할 것은 함께 하고 같이 안 할 것은 안 하면서 내 길을 가면 돼.
알아들었지?
내가 그렇게 강하게 나갔더니 아우님이 토를 달려고 했다.
그래서 또 일갈했다.
잔소리가 많다.
억울하면 금테를 두르고 태어나든지 출세를 하든지 하라는 비참한 이야기가 있지만 나만 열심히 잘 살면 그런 소리에 귀 안 기울여도 돼.
그런 얘기는 여기서 끝!
자, 허튼 소리와 수작 부리지 말고 술이나 한 잔 받아.
되돌아 생각하니 뒷맛이 영 개운칠 않았다.
찜찜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은 아우님을 윽박지르며 억지로 맘을 달래 놓긴 했지만 나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가하고 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을 자신이 떳떳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연달아 불거지는 먹구름 가득한 이슈들이 대명천지를 암흑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침울을 키우고 있다.
나쁜 시각으로 안 보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새벽부터 눈에 들어오는 “질 낮은 ‘진돗개 개그’에 배꼽 잡을 때 국민은 한숨만…” 라는 칼럼이라던가 “라면 상무’ 비난했던 조현아, ‘땅콩 부사장’ 등극” 이라는 기사를 보니 반골들의 무조건적인 반항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앞으로 힘차게 나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자꾸자꾸 뒤로 슬금슬금 후퇴한다는 느낌이어서 진실 공방과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런 것은 아닌데 하는 한숨이 나왔다.
법을 잘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고소 고발의 난타전을 벌이고, 모든 면에서 책무가 막중하여 타의 모범이 돼야 할 사람들이 남 탓을 하며 일탈하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사람들이 선제 공격하고 지독하게 착취하는 형국이라면 가진 사람들과 배운 사람들은 다 OOO이라고 말하는 아우님한테 뭐라고 설명을 하고 달래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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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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