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구역회이니 꼭 참석해달라는 구역 총무님의 메시지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허전하게 느껴졌었다.
특별한 설명이 없더라도 영원한 마지막이 아니고 올 해에 마지막이라는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데도 씁쓸했다.
구역회와 구역도 임기가 벌써 끝났지만 언제 구성될지도 모르는 본당 사목회가 말해 주듯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본당을 닮아가는 것 같다.
가톨릭이 10%대인 전국 평균을 감안해 볼 때 우리 향촌 12구역 주민 세대가 900세대 정도인 점을 감안 할 때 교우 세대가 90 세대 정도는 될 것이다.
교적(敎籍)상 그렇다면 30% 정도인 25세대 이상은 구역회 참석이 되어야 적절한 수준이다.
한데 한 참 미달이다.
늘 보면 열 손가락 이내다.
구역이나 구역회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위기감을 인식하면서도 길이 안 보여 구역회도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는 자조적인 말들을 공공연히들 하곤 하는데 그 와중에 마지막이라는 말이 나오니 그냥 지나치는 말일지라도 맘이 편칠 않았다.
마지 못 해 하는 구역회일지라도 더 악화되지나 않았으면 한다.
그에 공감들을 하시는 것 같았다.
좋지 않은 얘기 해봐야 누워서 침 뱉기이고, 당장 헤쳐 나갈 뾰쪽한 방법도 없는 것을 더 끙끙 알아봐야 소용없는 일인지라 침체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큰 집과 작은 집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그저 열심히 살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으로 회의를 끝냈다.
웃을 일도 있었다.
민(閔) 형제님께서 전립선과 마늘에 대한 민간 요법 특강과 효과를 톡톡히 본 경험담이 리얼하게 펼쳐진 것이다.
구역 원들이 대부분 오십 줄이 훌쩍 넘은 노년층인지라 관심 있게 들었다.
어떤 분은 그 민간요법에 대해서 아시기도 했고, 추측해보면 가능한 일일 거 같다고 동조하는 분도 있었다.
나는 며칠 전에 파랑새 아파트에 갔을 때도 술자리에서 그런 말이 나와 좀 거시기 했는데 오늘 또 그렇다면서 먹는 자리에서 지저분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무리 감각이 무디어진 노땅일지라도 먹은 것이 넘어 올려 한다고 엄살을 부렸더니 다들 웃으셨다.
마늘은 고추와 함께 주요한 부식재료다.
한방에서 이야기하듯이 마늘이 영양상으로 기능상으로나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만 음식에 마늘이 안 들어가면 뭔가 빠졌다는 것이 금방 표가 난다.
우리 집도 마늘을 많이 먹는 편이다.
그래서 미당 큰집과 다른 지인들이 보내주는 것 이외도 일등품으로 더 사서 보관했다가 겨우 내뿐 아니라 일 년 내내 먹는다.
이틀 연속 마늘 풍년이다.
어제는 말로 마늘 풍년이었고, 오늘은 실물로 풍년이었다.
후배님이 크기는 작지만 좋은 마늘이라며 네 접을 보내왔는데 마늘 크기가 어찌나 작은지 방콩 몇 개 합쳐 놓은 것만 했다.
그 것을 베란다 창문을 열어젖히고 베란다에서 마늘 대공과 수염을 잘라 내어 정리를 하니 사과 상자로 한 박스였다.
마늘 작업을 하면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알 것 같았다.
이 세상에서 쉽게 저절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하지만 마늘을 쪼개서 심고, 얼지 않게 덮어주고, 물과 약을 줘 가며 키우고, 마늘꽁을 뽑아 주고, 잘 안 뽑히는 것을 농기구를 이용하여 뽑고, 가지런히 역어서 자연 바람에 잘 말리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작품을 만들어 내고 그를 나누거나 싼 값에 내려면 고생한 대가가 고작 이것인가 하는 한숨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는 농사짓는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콩 한 조각도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기왕 주는 것 풍족하게 주면 안 되나 하는 잘 못 된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을 텐데 그런 맘을 헤아린다기보다는 후한 인심으로 듬뿍듬뿍 내 주는 농심(農心) 또한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 더불어 사는 이 아름다운 세상이니 아픈 허리 부여잡고 불편한 손 움직여가며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한테도 합당한 몫이 돌아갔으면 하는 것이 삭풍 씨며 마늘 다듬던 도심(都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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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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