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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내리사랑

by Aphraates 2014. 12. 15.

아파트 실내 기온이 갓난이 엄니 돌아가실 때와 비슷하다.

 

그 때가 3월 중순이었으니 12월 중순인 지금과 엇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무리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꼭 돌아가시던 그 시간에 잠이 깼다.

실내라서 그런지 느슨했던 겨울 날씨가 무척 추워질 거라고 하는 일기예보와는 무관하게 그런 온도를 유지하는 것 같다.

 

주방은 여전히 달그락거리는 소리다.

데보라가 초저녁에 잠시 눈을 붙이더니 일어나 며칠 째 이어 온 다양한 부침개 작업을 계속했었는데 눈을 떠 보니 이 시간에도 그러고 있다.

즐겁게 음식 준비를 하면서 “노상 있는 일도 아니고 10년 전에 의기투합하던 갈마사(葛馬司)를 기념하고 특수 사목에 정진하시는 본당 출신 신부님들과 함께 하는 자리인데 이 정도 수고와 정성은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하는 말에 충실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새벽 미사에도 가야 할 텐데 이따가 하고 이제 그만 하고 좀 자라고 하는 것이 이 사람의 입에 발린 말인데 빈 말은 아니다.

 

눈을 뜨자마자 내리사랑이 떠올랐다.

 

저 세상에서 우리 막내아들 잘 사는가 하고 내려다보시는 나의 부모님 사랑의 징표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아울러 세상 풍파에 굴하지 말고 강하고 선하게 살라고 당부하셨을 그 분의 양친이셨을 텐데 맘을 놓으시고 안도의 한숨을 쉬시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염려되었다.

또한, 그나저나 모두 다를 품으셔야 할 저 높은 곳의 웃전인 당신께서도 많은 상념에 젖어 계시리라는 상상도 됐다.

 

경로효친(敬老孝親)의 전통이 무너지는 마당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진리가 “자식 이기는 부모도 있다”로 왜곡되고 변모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자식 생각하는 것만큼 자식이 부모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나 너나 그리고, 그대나 구별할 거 없이 이승이나 저승이나 어디에 계시든 간에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는 맘이 무거우실 거 같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제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부모 바라는 대로 살지 못 하는가 하면 하물며는 제들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신 고려장(高麗葬)을 택하고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노인은 몸도 맘도 발붙일 곳이 없다.

심심풀이로 가고 싶은 경로당은 팔 십 중리 훌쩍 넘은 할머니들이 접수하신지 오래고, 달리 방법이 없어 심신 수련이나 해 볼 까 하고 슬며시 나가 본 공원과 야외는 구조적 모순인 이태백들이나 사오정들이 점거하고 있어 지하철이나 타고 왔다 갔다 하다가 때가 되면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할아버지들은 양로원이나 요양시설 이야기만 들으면 소름이 끼치지만 그에 대한 감각도 무디어질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달리 방법이 없으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 서글프다.

 

세상 살기기 어렵고, 짜증이 날 때는 내리사랑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부모 입장에서는 내 자식이 잘 나고 못 나고를 따질 것이 없다.

어느 부모일지라도 이래도 거두고 저래도 거두어야 할 내 자식이라 여기고 남의 자식도 마찬가지라 여기기 때문이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나의 부모님이시든 남의 부모님이시든 가릴 거 없다.

자식이 잘 되고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당신들을 희생시켜서라도 기꺼이 이루어 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님들이 갖고 계신 내리사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내리사랑은 동양적인 사고방식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사전적 의미로 보니 서양적인 사고방식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즉, 내리사랑을 국어사전에서는 “손윗사람의 손아랫사람에 대한 사랑” 이라고 정의하였는데 영어사전에서는 국어사전에서의 의미를 영역한 “ love of the young by the elders” 보다도 “parental love toward youngsters (젊은이를 향한 부모님의 사랑)” 이라는 적극적인 표현을 먼저 썼다.

 

엎어 치나 메치나 소중한 내리사랑과 치사랑이다.

이른 새벽에 나 자신부터 반성하면서 무조건적으로 내리사랑을 주시는 모든 부모님과 내리사랑대로 잘 살 지 못 하는 많은 자식들에게 은혜로운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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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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