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이 볼 때 엉금엉금 기어가는 사람은 못 마땅하다.
그렇다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 같은 줄 알고 빨리 걷지 왜 그러느냐고 한다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인데 그를 모르고 몰아세운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반들반들하게 얼어붙은 대로(大路)이다 보니 파란 신호에서 건너기 시작했어도 빨 간 불이 들어오도록 건너지 못 하여 당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부러 느림보 거북이처럼 걷는 것도 아니고, 나와서 길을 안 건너야 할 형편도 아닌 것을 왜 빨리 건너지 못하느냐고 경적을 울려댄다거나 창문을 빠끔히 열고 그러려면 집구석에 틀어 박혀있지 뭣 하러 나와서 사람 귀찮게 만드냐고 자기 할 얘기만 하고 쏜살같이 내빼는 것은 천하에 몹쓸 고약한 사람이자 조상이 의심스럽다.
오늘 몇 백 미터 안 되는 곳에 있는 대학 병원에 가면서도 그런 험한 꼴을 두 번이나 목격했다.
어떤 사람이 당하고, 어떤 사람이 위해를 가했을 것인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겨도 답이 저절로 나올 것이니 언급을 회피하겠다.
자신한테 불만이었다.
불의를 봤으면 쫓아가서 그러면 되느냐고 훈계내지는 항의를 했어야 하는 것인데 참 나쁜 사람들도 많은데 평생을 자동차로 돈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왜 그런지 인간성이 못 됐다고 그냥 지나쳤으니 덜 멋진 어정쩡한 자세였다.
두 번에 걸쳐 혈압을 체크했는데도 평소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다.
혈압 측정기 앞에 붙여 놓은 안내문처럼 좀 더 기다렸다가 혈압을 재볼까 하다가 예약시간이 다 돼서 그냥 갖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주치의 선생님이 그 동안 괜찮으셨냐고 하면서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혈압이 약간 높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니 지금처럼 잘 관리하시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웃으면서 길을 건너오는데 어떤 운전기사가 늦게 길을 건너는 여자를 보고 막 뭐라고 해서 열을 받아 혈압이 올랐던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런 정도는 문제없으니 열 받는 일 있으면 참지 말고 남들한테 폐해 안 주는 수준에서 기분 좋게 발산하라고 하면서 함께 웃으셨다.
청년 의사와 노년 환자가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어정쩡한 것 없이 잘 소통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사전 준비나 공지도 없이 갑작스레 행해진 OO 행사를 두고 무관심한 사람들까지 무슨 일들을 그렇게 하는 것인지 남우세스럽다면서 입이 댓 발은 나왔다는 자평이었다.
외부에서도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냐며 잘 끝났느냐고 물었다.
내가 주관해서 아닌 것이어서 잘은 모르지만 칭찬보다는 혹평을 받을 수준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있었던 액면 그대로 말 한다면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것이고, 썩어도 준치라고 저력을 살려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 것 같아서 고심하다가 나온 대답이 어정쩡하게 끝냈다고 말했다.
시쳇말로 웃고 즐기는 가운데 이렇게 된 것도 아닌 데 쟁쟁한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창피스럽게 되었는지 안타깝다.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한두 번 들었던 것이 아니었다고 한숨짓는 사람도, 그 동네 사람들 다 성인되겠다고 야유하는 사람도 결국은 다 잘 되기를 바라는 맘에서 그러는 것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혹독하고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는 인동초(忍冬草)의 숙명(宿命)이야기 밖에 할 것이 없다.
정말로 어정쩡했어요.
예상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안 보고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어정쩡했어요.
그런데 더 큰 걱정도 있어요.
죽 그래온 어정쩡한 것이 그칠 기미가 안 보이고 점점 더 심화되어 깊은 수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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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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