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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by Aphraates 2014. 12. 24.

축복받은 날이다.

그 은혜에 감사하며 함께 기뻐하는 최대의 명절이다.

그러나 기쁨이 그리 크진 않은 것 같다.

명절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명절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썰렁하다.

매칭이 잘 돼야 빛이 발하는 데 잘 안 되니 헐 한 것이다.

 

팔다리 힘이 쪽 빠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흥이 안 난다.

이 엄동설한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미리 체험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못 된 궁리만 늘어난다.

어떻게 하면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으로 땜질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도 동력과 희망을 잃어버린 초라하고, 쓸쓸하고, 불쌍한 모습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출문당할 정도로 아주 타락한 것은 아니다.

하나 어쩐지 싫고 ,일탈하고 싶어진다.

공부하는 학생이 학교에 가기 싫고, 일하는 가장이 일터를 기피하고, 밥하는 주부가 밥하기를 거부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 하고 무덤덤해지는 무개념과 무행동 상태로 돼 가는 느낌이다.

 

잘 살든 잘 못 살든 살다보면 그럴 때도 있는 것이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세심하게 따지지 말고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라고 자신을 달래보지만 식사시간에 식사는 안 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것 같아 그도 내키지 않는다.

이게 무 꼴인가 하고 자책이 들기도 한다.

 

심난한데 프란치스코 교황님 연설에 관한 <바티칸의 '15가지 질병' 질타한 프란치스코 교황> 이라는 기사가 눈에 번쩍 뜨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우리 모두에 대한 경종(警鐘)으로서 공감이 가고, 가슴이 뜨끔했다

우리 교황님도 번민이 많으시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황님께 용기와 지혜를 주시라고 화살기도를 바쳤다.

 

공동체 안에서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말씀하셨다.

요약하자면 본류(本流)로서, 본분(本分)을 지키고, 본업(本業)에 충실하고, 본래(本來)에 합당하여 하늘과 땅에 본(本)을 다 하자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설명하면 우리들이 지금 본을 다 하지 못 하는 위기에 빠졌다는 자아 성찰이자 비판인 것이다.

 

반론이 없을 수 없겠지만 다들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실천했으면 좋겠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화라고 했다.

좋은 말씀이지만 요는 실천의 문제라는 것이다.

말씀대로 강력한 개혁과 변화가 예상되기도 하는데 걱정할 것은 없다.

 

본으로 돌아가 본을 지키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잘 안 돤다고 해서 너무 노심초사하지 말고 사랑의 기도를 바치면서 실천하려는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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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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