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단순하게 사는 편이다.
발바닥에 땀날 정도로 다양하게 바쁜 것도 아니다.
마당발처럼 이리저리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아니다.
일인십역(一人十役)하는 것처럼 다양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지내다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고,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세상 참 요지경속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나 적지 않게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별 일이 생기거나 원하지 않는 별 사람을 만나면 괴롭다.
속 좋고 너그럽게 이해하며 어부렁 더부렁 사는 스타일이 아니고, 예면 예고 아니면 아닌 꼬장거리는 성격 탓일 것이다.
싫은 것은 싫다.
싫은 것이 닥치면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싫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속이 시원하다.
좋은 것은 좋다.
좋게 생각되어 할 일이라면 어떤 난관이 예상되더라도 어멀쩡하지 않고 신속하게 해야 개운하다.
그러니 피곤하다.
세상이 그렇게 질서정연하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옳고 남들이 그른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데 내 방식대로 나가니 어려운 것이다.
밥 종류를 검색해 봤다.
카페(2014.11.28 09:27 李鎭杰 cafe.daum.net/leedh1947/6hpu/14304)에는 “가윗밥”에서 시작하여 “흰밥”까지 110여가지나 됐다.
우리들이 늘쌍 접하는 밥도 많고, 직접 먹어보진 않았지만 알만한 밥도 많고, 무슨 밥인지 듣도 보도 못 하던 밥도 있었다.
나는 그 많은 밥 중에서 토실토실한 하얀 쌀밥을 좋아한다.
이밥에 고깃국과 김치면 그만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북한 식 표현 같아 조심스럽게 찾아봤더니 조선시대부터 쓰던 순수한 우리말이었다.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좋은 음식들이 많지만 그런 촌스런 식탁이라면 대만족이다.
이밥이면 훌륭한 식탁이 되는 것이다.
혼자 급하게 먹을 때는 밥만 그런 밥이라면 반찬은 김치나 고추장이나 간장이나 한 가지만 있어도 맛있게 먹는다.
건강에는 잡곡밥이 좋다고 식습관을 바꾸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알았다고 대답하는 것으로 끝이다.
아직은 좋아하는 밥을 포기하고 몸에 좋다는 밥을 찾을 정도는 아니다.
건강에 자만하지 말고 안 좋아지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술밥처럼 되디된 하얀 쌀밥을 고집하는 것이 좀 걱정스럽기는 하나 바꾸는 것은 좀 더 있다가 하겠다는 속셈인데 그도 잘 될 지는 미지수다.
이밥에 고깃국이라면 옛적에는 넉넉한 밥상이지만 지금은 소찬(素饌)이다.
그런 소찬이 좋다.
옛 것을 고집할 것도 아닌데 좀 더 나은 현대적인 식단을 꾸려야 한다는 것을 등한시하고 고전적인 식단을 고집하는 배부른 투정인지도 모른다.
체질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배불리 먹고 힘을 팍팍 쓸 때가 좋지 그런 거 저런 거 가릴 형편이 안 되는 불쌍한 경우가 언제 있을지도 모른다.
이밥이든 메밥이든, 진밥이든 된밥이든, 찬밥이든 뜨슨밥이든 가릴 형편이 아니어서 입맛이 있고 없고 간에 먹어야지 안 먹으면 꼴까닥 하는 위험에 직면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밥 체질인 사람도 변할 수가 있다.
메밥밖에 없다면 그 것이라도 먹어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먹는 메밥이 지겹더라도 계속 먹어야 한다.
메밥으로부터 벗어나 이밥을 먹을 만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고, 우선 당장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을 어쩌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먹기 싫은 밥을 억지로 먹다가 탈이나 안 날는지 걱정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래도 싫은 것은 싫다.
억지로 메밥을 먹으면서 메밥을 안 먹을 무슨 방도가 없을까 하고 고심하던 차에 가장 간단한 궁여지책이 떠올랐다.
궁하면 틀라고 한 말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모양새가 안 좋고 정면 도전을 피하는 치사한 것으로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나 삼십육계(36)가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팔방이 오리무중이면 살아남는 방법은 둘 중의 하나다.
죽치고 앉아서 때를 기다리던가 아니면, 어디론지 튀던가 하는 방법이다.
무지금 기다려도 안개가 걷히지 않으니 이번에는 어디론지 튀는 거다.
어차피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것을 미련을 둬봐야 나올 것도 없으니 일단 눈으로 안 보고 안 보이게 줄행랑을 친다는 심정으로 튕겨 나오는 것이 장땡이다.
괜히 얼쩡거리다가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고, 분을 삭이지 못 하고 얼토당토않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니 일단은 피하고 보는 것이다.
악화일로를 부추기는 오점을 배제할 수도 없지만 그보다는 몸이 멀어지면 맘도 멀어진다는 것처럼 소원해지는 그 동안에 어떤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눈알을 굴리고, 코를 벌렁거리며, 귀를 쫑긋하여 남모르게 분위기를 탐색을 해보니 의외로 그런 기운이 강하게 감돌았다.
어쩐 일이냐고 하면서 인사를 나눌 때는 다른 볼 일이 있어서 이 시간에 나왔다고 말씀들을 하셨지만 밝지 않은 표정인 것을 볼 때 이밥을 좋아하는 내가 메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분들도 속내는 그렇다는 것을 감 잡을 수가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곤궁하고 민망한 사태에 이르게 되었는가 하는 걱정을 할 겨를이 없다.
지금 당장 튀지 않으면 무슨 불미스런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일단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굿바이 사요나라라는 안녕을 외쳐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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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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