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끝 날에 그 분도 가시었다.
자상하시고 인자하신 평소 모습대로 가실 때도 우리들에게 있었던 온갖 수난을 똘똘 말아서 다 갖고 가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해는 참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다사다난했다는 인사치레 말로는 부족한 소용돌이치는 한 해였다.
세모에 못 다 한 아쉬움을 남긴 채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야 일상적인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왜 그렇게 가슴시린 일들이 많았었던지 세월이 약이라던가 요즈음 것들은 싹아지가 없다는 탄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넘어가기에는 여간 고역스런 것이 아니다.
시간은 자꾸 앞으로 내빼는데 걸음은 자꾸 뒤로 처지는 것이 눈빛도 게심치레한 것이 그렇게 해 갖고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느냐는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지나간다.
눈 내리는 세모다.
자동차들은 머리에 눈을 듬뿍 얹고 있고, 눈이 쌓여 하얀 인도와 눈이 녹아 새까만 도로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보고 느끼는 것이 다 다를 것이다.
손이 시러워 발이 시러워 하면서도 천진난만하게 노니는 아이들이나 긴긴 겨울날의 정취에 취해 생각에 생각을 하는 작가들이야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물 찬 제비처럼 신바람이 났을 테지만 삭풍에 몸을 움츠리는 사람들은 심난하기만 할 것이다.
최(崔) 레지나 대모님 자당(慈堂)께서 돌아가셨다는 부음이다.
평생 손 때 묻은 정든 계룡산 자락의 집에서 홀로 지내시다가 겨울을 나시려고 대전의 자식 집에 오셔서 계시다가 조용하게 돌아가셨다는 대모님의 전언이었다.
천수를 다 하신 폭이지만 그래도 아쉽다.
해동이 되면 찾아뵙겠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끝났지만 당신을 향한 우리들의 사랑은 알고 계실 것이다.
평안한 안식을 주시라고 하느님께 기도드렸다.
그리고 당신께서도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편안히 가시라고 청했다.
못 미더워 하시든 이승의 일들은 뒤에 남은 후손들이 다 잘 할 테니 아무런 걱정하시지 말고 비통하게 먼저 가 늘 가슴에 묻고 사시던 작은 아들과도 만나시고, 기다리고 계시던 조상님들과 친지들과 모든 이들과도 천상 낙원의 영복(永福)을 누리시라고도 청했다.
기도 중에 3년 전 생전 초면이고 정이 올바르지도 못 하시면서면서도 다정한 이웃을 만난 것처럼 오순도순 말씀을 나누시던 먼저 천당으로 가셨을 우리 갓난이 엄니도 반드시 만나시어 막내 아들네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도 잘 살고 있다고 이승의 소식을 전해주시라고 부탁드렸다.
세월도 가고, 그 분도 가시고, 우리도 가겠지만 오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 생각도 안 나 그저 밖을 바라보고 서 있다.
연말연시인데 어디라도 다녀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였더니 번거롭게 뭘 나가느냐며 송년과 신년 미사에 참석하자고 하는 데보라나 가는 세월과 만나는 사람과 하는 일에 대해 감흥이 없다고 하였더니 그게 나이 들고 늙어가는 징조이니 그저 그렇게 살라고 하시며 웃으시던 한 참 인생 선배님이신 지(池) 율리오 형님과 조(趙) 마르띠노 형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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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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