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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끽연의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by Aphraates 2015. 1. 4.

다시 그렇게 살라면 죽어도 그리는 못 살 거 같은 근근한 시절이 있었다.

맘에도 없는 공고(工高)를 어정쩡하게 졸업하였지만 취직이고 진학이고 할 수 없는 구차한 형편이어서 불쌍하게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던 1970년 대 초였다.

그 때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이 애용하던 것이 신문 가판대에서 파는 개비 담배였다.

나는 늦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고, 체질이 안 맞는지 아예 끊은 것이 오래 되었을 정도로 담배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학교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던 친구들한테는 어찌 보면 늘 먹는 밥보다도 더 긴요한 일용할 양식이었다.

그런데 방황자, 반항아, 문제아, 집시인 청춘들한테 돈이 문제였다.

예나 지금이나 애연가들은 사무실이든, 집이든, 자동차든 담배가 보루로 수북이 쌓여 있어야 맘이 푸근한데 보루는 고사하고 한 갑을 사서 넣고 다닐 형편도 못 되는 가난뱅이들이었으니 남들 담배 피우는 것만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가고 지나면서 피우는 담배 냄새만 맡아도 구수할 정도로 근근했으니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호주머니를 닥닥 긁어 개비 담배 하나 사서 여럿이 나누어 피우는 맛이란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그리운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서 그 때 그 시절을 생각하니 감개무량하긴 한데 끽연의 추억이라고 회상하기에는 너무 삭막한 현실이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판매하는 '개비 담배'> 라는기사가 개비 담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얼룩지게 만들고 있다.

어제는 <담뱃값 인상에 대학생 흡연자들 '울상'…"밥값 줄여야죠"> 라는 기사에 화가 치밀기도 했다.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금연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밥을 낮춰 먹으면서까지 절약한 돈을 갖고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 문제인데 그렇게도 결단력이 없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 문제인지 세수확보 차원인지 모르겠고, 비흡연자로서 별 관심도 없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했는데 바로 나타나는 것 같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담배를 마약처럼 취급하여 아예 생산-유통-소비를 없애면 될 것 아니냐 라고 한다든가 세금이 모자라면 두둑한 호주머니를 털어야지 간드랑거리는 주머니를 뒤집어서 어쩌겠느냐 한다든가 하는 극단적인 표현과 반발에 대해서는 당연히 동의할 수 없지만 실현되기 어려운 일을 무리하게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금할 길은 없다.

 

담배를 피우면 밥이 나와, 돈이 나와?

담배를 안 피우면 사지가 뒤틀리고 머리가 천근만근이라도 되는가?

담배를 두고 백해무익 하다는데 왜 못 끊고 그러지?

담배를 피우다가 걸리면 중벌에 처한다거나 당신 담배 피우면 죽는다고 의사가 금연을 지시해도 피울 거야?

 

강제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고, 묘책이라고 해서 다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지지부진하거나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담배를 못 피우게 그리 살벌하게 윽박질러도 못 끊는 사람은 못 끊고, 심기일전하여 끊었다가도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슬며시 손이 가는 것이 담배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범죄와의 전쟁은 강력한 공권력 행사나 법 집행만으로는 역부족으로 오히려 강력한 작용이 그와 대등한 역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법에 관한 이야기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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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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