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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짬뽕

by Aphraates 2015. 1. 3.

택시나 버스나 트럭 같은 영업용 차량 운전기사들은 정보통이다.

그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모르는 것이 없고, 막히는 것이 없다.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들을 듣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직간접적인 체험을 한 어설픈 만물박사(萬物博士)가 되는 것이다.

 

그런 만물박사 그룹에 속할만한 사람이 또 있다.

이발소의 이발사다.

한 때는 퇴폐업소의 명예를 안은 극소수 때문에 이미지가 손상되기도 했지만 그런 추세는 꺾인 것 같고 대부분의 이발소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의 친근한 복덕방이거나 지친 여행자들의 정겨운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발을 하거나 대기하고 있을 때 틈틈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들으면 이발사도 급할 거 없이 구수한 내음이 나는 만물박사다.

각계각층의 사람을 상대하는 이발사도 운전기사와 마찬가지로 모르거나 막히는 것이 없는 고급 정보통이다.

더구나 이발사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운전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처럼 일과성인 뜨내기가 아니고 본인을 비롯하여 대부분이 단골손님들인지라 대화의 신뢰성과 신빙성이 높아진다.

 

지난 세모에는 이발을 하면서 둘만의 오붓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 돌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잘 돼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을 하였고, 이어서 때가 되어 먹는 얘기가 나왔다.

내가 종종 회식을 하거나 나들이를 하면서 특이한 것들을 먹기는 하지만 입맛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부부가 가끔 하던 칼국수 외식도 잘 안 된다고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멀어진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유성에 있는 e짬뽕 집에 가보시라고 권유했다.

시내에도 체인점이 몇 군데 있다고 하던데 자기네는 어제 본점에 다녀왔는데 탕수육과 짬뽕의 맛이 좋았다면서 손님들도 만원사례라고 했다.

내가 요즈음 개성이 뚜렷한 전문 짬뽕집도 많더만서도 가봐야 짬뽕이 짬뽕이더라면서 기획 k되면 모르지만 짬뽕을 먹으로 일부러 거기 까지 갈 거는 없을 것 같다고 시큰둥했더니 그럼 가까운 갈마동에 있는 b짬뽕집도 유명한데 거기를 한 번 가보시라고 알려줬다.

 

청양 본가에 새해 인사차 다녀오면서 짬뽕 회원을 모집했다.

다행스럽게도 모집 대상 회원 박(朴)&류(柳) 둘이 전부 참석 가능하다 하여 저녁 짬뽕 모임은 쉽게 이루어졌다.

엄청나게 차가운 바람을 안고 그 식당으로 가서 먼저 내부를 살펴보니 시설과 종업원들이 깔끔해서 맘에 들었다.

손님들도 나이 어린 학생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는데 대부분이 짬뽕을 먹고 있었다.

벽에 붙은 메뉴를 보니 전문 짬뽕 집답게 짬뽕 몇 종류와 탕수육 몇 종류가 있었고, 볶음밥류와 주류도 있었다.

 

하얀 탕수육과 새우요리를 하나씩 시켜 먹다가 짬뽕 집에 왔으니 뜨끈한 짬뽕도 먹어야겠다며 안 매운 짬뽕과 매운 짬뽕을 시켜 먹었다.

배가 고파서 그 것만 허겁지겁 먹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안주로 빠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당들답게 각 2병씩을 해 치웠기에 그 많은 음식들이 필요한 것이었지 병(甁)이 없었다면 짬뽕 한 그릇씩이면 족했을 것이다.

 

빵빵하게 먹었지만 워낙 추운 날씨라서 그런지 볼이 시렸다.

조금만 멀었으면 택시를 타고 가야지 안 되겠다면 쪽 뻗었을 텐데 그러기에는 너무 가까운 같은 동네였다.

만남은 내가 주선하고 초청은 내가 했는데 성질 급한 류 대자님이 먼저 계산을 하여 고마운 맘에 2차를 해야 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넘친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삼거리에서 박 아우님은 죽 올라가면 나오는 갈마동 집으로 우리 둘은 옆으로 방향을 틀어 죽 가면 나오는 둔산동 집으로 향했는데 아마 갈마동이 조금 더 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통계상으로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커지고 있다 하는데 체감 적으로는 경기가 안 좋아 어렵다고들 한다.

기복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동토(凍土)이기 때문이라서 그렇지 좀 있어 해빙(解氷)이 되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어느 복권 집에서는 하루 매출이 억대여서 순수익만 수백만 원이 넘는다는 비정상적인 모습의 소리도 들리지만 수십 년 동안 피땀 어린 노력을 경주하여 걸출한 음식을 선보여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짬뽕집도 있다는 희망찬 모습의 소리도 있으니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연초(年初)의 기운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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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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