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 열사 하지만 별 열사도 다 있다.
난방열사(煖房烈士)란다.
아파트 열사도 태어날 기미가 보인다.
요즈음도 심야 방송 채널을 돌리다 보면 상영된 지 십 년도 넘는 “말죽거리 잔혹사” 라는 영화가 나온다.
그 영화에 김부선씨가 나온다.
나는 그 영화에서 제주도 출신이라는 김부선씨를 처음 봤는데 에로파 연기자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것 같다.
역할은 중년의 분식집 아줌마로 아들 같은 고등학생인 권상우를 유혹하는 역인데 그 장면을 본 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늙으나 젊으나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연기를 리얼하게 잘 했다.
그 김부선 씨가 이번에는 연기자가 아닌 아파트 주민으로서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
난방열사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의 맹렬 여성으로 아파트 관리 문제를 들고 일어나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인데 그 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아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인기 연예인으로는 의외였다.
김부선 씨의 그런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왜 그랬는지 궁금하다.
불의에 항거하는 투사 역할을 자임했나?
트러블 메이커로 노이즈 마케팅을 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는 것인가?
알뜰한 입주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주민의 권리 주장하는가?
이권에 개입하여 한 몫 챙기려고 꼼수를 부리는 건가?
그냥 무차별적으로 나오는 돈키호테인가?
있을만한 개연성의 여러 모델을 상정해 보지만 암만 갖다 붙여도 어울리는 모습과 답은 안 나온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얼렁뚱땅이 없다.
곱게 화장하여 그게 전부인 줄 알았던 얼굴들이 민낯으로 드러나 새로운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속속들이 다 밝혀진다.
작은 문제점만 있더라도 어디선가부터는 조금씩 드러나 반향을 일으키면서 본래 모습대로 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을 알면 변해야 한다.
과거 방식대로 철통같은 보안과 비밀을 고집하기 보다는 드러나도 하등의 문제가 없도록 공명정대해야지 안 그러면 언젠가는 들통 나고 원상회복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는 것이다.
그 거는 하나는 알고 하나는 모르는 것이라며 지금은 예전보다 더 철두철미하게 감쪽같이 가릴 수 있다고 웃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그런 비정상은 절대로 오래 가지 못 한다.
아파트 동대표 회장 선거 때문에 시끄럽다.
후보자 선전 프랭카트와 벽보도 나부끼고, 두 후보자가 연달아 나와 유세 연설과 방송도 하고, 어느 여자가 등장하여 선거관리위원이라면서 생전 처음 방송해보는 듯한 어눌한 말투로 안내 방송도 하고, 지인들을 통하여 누구를 찍어 달라는 청탁도 들어온다.
동네일을 그렇게 결정하기로 하였으니 투표에 참가는 하겠지만 별로 탐탁스럽지 않은 일이다.
규정상 그렇게 하도록 돼 있으니 그리 할 것이고, 뭔가 목표가 있고 각오가 돼 있으니까 아파트와 주민을 위하여 성심껏 봉사하겠다고 할 것이다.
밝은 분위기는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멸공 봉사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애걸복걸하지만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싹 돌변하는 듯한 것에 얼마나 식상한지 선거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판에 동네일에서까지 선거로 시끄럽다니 노땡큐다.
작은 자리든 큰 자리든 투표를 통하여 정하는데는 선거권자나 피선거권자나 일정한 형식과 절차와 목적에 적합해야 하고, 공정정과 투명성과 효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명예직인 동대표 회장 하나 선출하는데도 그렇게 편을 가르고 야단법석을 떨어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난방열사야 기왕에 배출되었고 뭔가는 기대치도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아파트 열사 같은 사람은 태어나지 말고 좀 수위를 낮춰서 아파트 의인(義人) 정도에서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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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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