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신 팔순의 노(老) 신부님 댁에 가보면 가끔 전혀 모르는 분들이 와 계신 것을 볼 수가 있다.
갈 때 마다 다른 분들이다.
손님이 계신데 와서 죄송스럽다고 말씀을 드리면 신부님께서는 그들과 나를 번갈아 가면서 인사시키시는데 듣고 보면 운동권 인사들이다.
운동이라고 해 봐야 갈마산이나 갑천변 산책하시는 것이 고작인 신부님께서 그 건장하거나 허약해 보이는 사람들과 인근 학교 운동장에 나가서 축구를 하신다거나 헬스장에서 기구 운동을 하실 리도 만무하다.
그들은 다름 아닌 신부님과 함께 민주화내지는 농촌 운동을 하던 운동권 동지들인 것이다.
신부님과 그들 관계가 어떤지는 눈치로 때려잡아도 알 수가 있다.
자세한 것을 알려고 하지도 않지만 각별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으로 볼 때 아마도 신부님은 거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시는 준대부(準代父)격은 되시는 것 같다.
돌아가는 것을 보면 재밌다.
저런 양반들이 서슬 시퍼럴 때 어떻게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며 몸싸움을 벌였던 것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보이고, 말하는 것이나 행동을 보면 어눌하기 짝이 없지만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동하는 양심으로 함부로 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헐벗고 굶주리는 열악한 조건하에서도 조국의 해방과 민족의 자유를 위하여 만주 벌판에서 말 달리던 독립투사들 같기도 하다.
잠시 함께 하다가 그 분들이 가시면 웃으면서 물어본다.
세상도 많이 달라졌고 신부님도 이제 힘도 없는 종이 호랑이신데 그런 일은 다른 사람들이 하게 넘겨주시고 그만하시지 아직도 열정을 갖고 계시는 것이 좀 그렇다고 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그런 일에 관심을 갖고 해야지 그대로 두면 안 된다며 빙그레 웃으시면서 더 이상의 말씀은 안 하신다.
가까이 하시는 어떤 분의 얘기를 듣자니 신부님께서는 용돈 조금이라도 생기면 춥고 배고픈 우리 애들 밥 사줘야 한다면서 옛 운동권동지들을 부르시곤 한다고 하던데 참으로 별쭝맞으신 우리 신부님이시다.
권력과 명예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인권(人權)을 위해 노구를 이끄시고 재야 운동권에 몸담고 계신 신부님께서도 운동권에서 아무리 소리질러봐야 제도권에서는 안 통한다는 것을 모르실 리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나마 견제가 되어 균형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재야 운동의 맛을 잊지 못 하시는 것 같다.
국외자(局外者)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입장에서 밖에서 많은 현실적인 비판과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열변을 토하던 사람도 안으로 들어가 속속 들이를 알고 나면 입을 일자로 봉하거나 입장을 백팔십도 혹은 그 이상으로 돌변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게 냉엄한 현실(現實)과 이상(理想)의 차이라는 것은 당사자들이나 제 삼자들이나 다 아는 사실이다.
초점을 한 곳에 고정시키고 볼 일은 아니다.
운동권이든 제도권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상호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재해 예방 4대 원칙의 하나인 “원인 연계의 원칙”에서 나오는 태만․반항․불만 등의 태도불량․초조․긴장․공포․불화․마음이 들뜬 것 등의 정신적인 동요, 편협․외고집 등의 성격상의 결함, 백치와 같은 지능적인 결함 등 정신적인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지적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공생공존의 법칙을 인지는 말아야 한다.
역시 여느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면서 극한 대립을 할 것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힘을 합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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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