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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동투

by Aphraates 2017. 11. 27.

동투(冬鬪)에 나서는 날이다.

이 엄동설한에 칠갑산으로 토끼몰이 가거나 평창 올림픽 성화 봉송에 참여하는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자다가 봉창 뒤지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상황이 그리 됐다.

추운 날의 전투인지라 배고프고 서러울 것 같지만 정반대다.

노동조합의 춘투처럼 절박한 것도 아니다.

평생 직장인으로서 주면 주는 대로 받고 하던 피동적인 자세를 벗어나고자 반기를 드는 것도 아니다.

체질에 맞지는 않지만 연봉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이 나이에 한 번도 안 해본 그런 협상을 한다는 것이 영 쑥스럽지만 더 받겠다거나 덜 부겠다거나 하면서 밀고 당기는 것이 아니라 관례대로 하는 것이니 큰 부담은 없다.

어찌 보면 꽃놀이패에 행복한 고민인 것이다.

 

신상이 변하니 여러 곳에서 입사 권유를 해왔다.

전화상으로 이루어진다.

탐색과 면접 절차는 간단하다.

먼저 입사 자격요건을 설명하고, 자격이 맞으면 원하는 연봉을 물었다.

돈 이야기부터 하는 것이 어색하고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묻는 것에 대하여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런 절차는 업계 관행이라 여겼다.

나는 실정을 잘 모르니 기존 관례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하면 부담이 없는지 제시 조건을 설명했다.

조건은 업무 분야와 업체 사정에 따라 약간 달랐지만 큰 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연봉을 포함한 대우에 대해서 솔직하고 화끈하게 제시하는 쪽도 있었고, 눈치를 살피면서 먼저 제시하라고 말끝을 흐리는 쪽도 있었다.

 

그런데 업계 실정을 설명하면서 몇몇 업체에서는 이러 저러한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우리 회사는 어느 정도라면서 쿨하고 담백하게 말해 주는 쪽이 훨씬 신뢰가 갔다.

나도 내가 원하는 조건을 제시할 입장은 아니라면서 나의 신상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말해주니 상대방도 믿음이 간다는 식이었다.

 

오늘 그 중의 한 곳을 찾아간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전 인근 지역에 위치한 회사다.

사전에 담당 간부와 몇 차례 전화 연락을 통하여 그 회사에 대한 것이 개략적으로 파악이 되었고, 맘도 기운 상태다.

오늘 가서 회사 대표님을 비롯하여 관계자들을 만나보면서 분위기를 살펴보고는 어지간하면 입사 결정을 하려고 한다.

첫 계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잘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나는 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다른 데에 있다.

사람 사는 곳이면 다 마찬가지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다.

어디든 문제가 없을 수 없을 것이고, 그런 문제는 함께 하면서 서로가 점차적으로 극복하면 되는 것이니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거창한 것처럼 보이는 겨울 전투에 나서는 길이지만 요란한 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싸움이 아닌 본인과의 싸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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