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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한 번도 어려운데

by Aphraates 2017. 11. 28.

신상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여 이직을 하게 됐다.

고용주나 피고용자나 어쩔 수 가 없다.

가능하면 기존 직장에서 있고 싶지만 그 쪽에사 가지 말라면서 잡을 수도, 이 쪽에서 안 가겠다며 머무르겠다고 할 수도 없게 됐다.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라, 머문 자리는아릅답다고 하지만 미당 선생은 곤혹스럽다.

평생직장 개념을 갖고 살아 왔고, 무슨 물건 하나 사면 골동품이 되도록 쓰면서 버리지 않고, 사람 한 번 알기가 어렵지 한 번 사귀면 진국이어야 하는 미당 선생 체질상 다니던 직장을 떠나는 것이 참 어렵다.

여차 하면 직장을 옮기는 신세대 추세와 프로젝트를 위하여 모였다가 끝나면 헤어져 자기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탄력적으로 인력관리를 하는 서구식 고용 방식을 생각하면 미당 선생은 참 순진하면서도 고리타분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니 그런 걸 갖고 고민하느냐고 웃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직을 한 번 하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수시로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리도 자주 할 수 있는 것인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럴 것이라는 추측은 하지만 아무래도 강심장에 독하고 매몰찬 현실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한다.

 

어제는 새로운 터전이 될 청주에 열심히 하겠노라고 다짐하며 신임 인사차 다녀왔고, 오늘은 5년 여 동안 무탈하게 지내던 둥지에 감사를 드리며 작별 인사를 하러 가려고 한다.

 

아쉽고 분주한 시간들이지만 고맙고 즐겁다.

지난 주말에는 대학원 지도 교수님께서 몇몇 문하생을 초대하시어 사업이 번창하는 후배님과 함께 미당 선생을 축하해 주셨고, 퇴직 동기들 부부 모임에서 힘찬 건배를 하였고, 퇴직 동료 자혼에 가서는 정신없이 칭찬을 들었고, 주초에는 고등학교 한전 동문회인 한충회(韓忠會) 송년회에서 간단하게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후배님들의 분발을 촉구하였고, 고향의 청양 신문사에서는 자랑스러운 출향인 인사 기사를 게재해 주시고......, 동동거리며 돌아다니느라고 쌍방울 흔들리는 소리 들린다.

앞으로 축하인사를 나누어야 할 대상으로 문화동 사람들, 청우회, 원우회, 초등 동창회, 김 신부님과 윤 신부님, 형님과 동생네, 동문수학한 학동들, 갈마사회, 아프라아테스와 데보라의 레지오, 518......, 줄줄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 발바닥 불나게 생겼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

퇴직 인사차 아산(牙山)에 가서 젊은 세대인 유 사장님과 아주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회사 현안 문제, 전기 업계, 청춘 층과 노장층의 직장개념, 장차 업무 계획 문제 등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서로 이해하면서 통하는 바가 많았다.

그리고 비록 퇴직은 하고 일시적으로는 헤어지지만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모르니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자는데 뜻을 같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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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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