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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민정경찰

by Aphraates 2017. 11. 30.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다가 승강기 안에서 한 젊은 군인을 만났다.

못 보던 얼굴이었다.

입주 시부터 거주한 집의 아이라면 반갑게 인사를 할 것이다.

아파트 입주 시에 코 질질 흘리던 아이들과 말썽꾸러기 학생들이 지금은 어엿한 청년과 중년이 되었다.

어느 중년 애 어매는 애기를 안고 가면서 여고 시절의 자기를 떠올리는 듯이 겸연쩍게 인사를 하여 그 놈 참 잘 생겼다하면서 애기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군인이 간단하게 목례만 하는 것을 보니 새로 이상 온 집의 아이 같았다.

언뜻 보니 얼룩무늬 군복 명찰 위에 민정경찰이라는 휘장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미당 선생 시절에는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의 휘장이어서 민정경찰이라는 표시가 선명했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는지 눈에 확 띠지는 않았다.

 

하여튼 간에 까마득한 수색대(搜索隊) 후배를 만나서 반가웠다.

군인 얼굴을 쳐다보면서 어이, 민정 경찰! 반갑소. 나도 그 출신이오. 나는 28사 종달새 GP 상황병이었었는데 몇 사단?” 하고 말하고는 악수를 청하였다.

군인도 반색을 하며 두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OO사단입니다. 28사 바로 인접 사단입니다. 저희 집이 여기 701호로 이사를 하였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짧은 시간인지라 길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생이 많수. 최전방이니 안전에 유의하고 몸 건강하게 제대 하시오. 민정경찰이라는 사명감과 자긍심도 높이구요. , 그럼 다음에 또 만납시다라고 하였더니 차렷 자세를 취하면서 거수경례를 하는데 참 늠름하고 보기 좋았다.

 

40년도 넘는 오랜 세월이다.

그 당시는 지긋지긋하여 한동안 의정부 위쪽으로는 발걸음도 안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 그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남북 분단의 비극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이름이 정해진 듯한 강인 한탄강(漢灘江) 변과 임진강(臨津江) 변의 최전방 군대생활에 대한 기억들이 생생하다.

함께 하던 전우들 이름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모습 하나하나가 주마등처럼 지나고, 최전방에서 있었던 일들이 낡은 영화 필름처럼 돌아간다.

 

155마일 GPGOP 전선은 여전할 것이다.

남북 간의 긴장관계는 지속되고 있으니 전운이 감도는 무거운 분위기일 것이다.

병영 문화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예전 같지 않을 테지만 지금도 삭막하고 메마른 기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최전방이 어떤 모습들일지 궁금하다.

지금처럼 꼼꼼하게 기록하는 습관이었다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는 좋은 자료가 될 텐데 북을 경계하는 것 이외는 별로 한 것이 없이 제대할 날만 기다렸던 그 시절이 아쉽다.

제대하여 헤어진 이후로 만난 적이 없는 전우들이고, 의미 깊었던 최전방 군대생활에 대한 기록도 별로 없는 것이 후회스럽다.

한 때는 기념을 하기 위한 무슨 작업이라도 해볼까 하는 맘이기도 하였지만 잘 안 되고 그저 고생했던 것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김 병장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곤 하던 임진강 철새들이 보고 싶다.

상황병으로서 망원경으로 북쪽을 관측하다 보면 바로 코앞의 군사분계선인 임진강변도 살펴보게 되는데 그 때 겨울철에 나타나 자유롭게 남북을 날아다니던 철새를 보면 우리 민족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곤 했었다.

최근 JSA 지역 북한군 귀순과 관련하여 떠들썩하기도 했고, 그를 알리는 대북 방송도 재개되었다는데 그런 군사적인 문제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여 풀어낼 수는 없는 것인지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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