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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당꼬바지

by Aphraates 2017. 11. 30.

저무는 동짓달 그믐은 스잔하다.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는 기색이 아니지만 자연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하여 계절의 감각을 알게 하는 것이다.

옷깃을 스치는 찬바람과 함께 주변도 냉기가 완연하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하루인들 조용할 날이 있겠는 가만은 다 받아들이면서도 왜 그리도 유별나게 우리들한테만 그렇게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것인지 누군가한테 하소연하고 싶은 맘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우리들 스스로가 짓고 먹어야 할 밥이다.

북에서 쏘아올린 엄청난 로켓도,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진영의 운동권 출신 부의장의 이상한 발언도,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의 한계를 놓고 신랄한 논쟁을 벌이는 것도......,

수많은 난제의 현안들이지만 두려워하거나 거부할 것이 없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당사자들이 하나하나 풀어내고 그를 집대성하면 하나의 멋진 작품이 되는 것이다.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를 짓고,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물건을 만들고,

장사를 하는 사람은 장사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것이 곧 4차 산업이나 5차 산업의 주요 사항이다.

호혜 원칙아래 상호 협조하는 긍정적으로 임하면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으니 어려울 때 일수록 각자가 자신의 본분을 다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귀팔랭이가 되어 좌충우돌하며 일어나서 편을 가르고 함성을 지르는 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미당 선생은 소시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나섰다.

언젠가부터 무르팍 사이로 솔솔 들어오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져 이제는 그럴 때도 됐구나 하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맨발로 얼음판 위를 달려 다닐 때야 오르막길이니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이 없었지만 모든 것이 내리막길인 지금은 그게 아니다.

잘 관리를 하지 않으면 가냘픈 통풍이 무시무시한 광풍이 되어 모든 것을 흩트려 놓을 수도 있으므로 조심에 조심을 해야 한다.

 

오늘은 겨울 냉기를 커버해 줄 그 당꼬바지를 사러 중앙시장에 갔었다.

미당 선생이 찾는 당꼬 바지는 초신 유행하는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짧은 길이의 패션이거나 양 무르팍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청바지 스타일이 아니라 허리 품으 넒은 고무줄로 만들고 발목아래는 좁은 고무줄로 묶여 바람이 일절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고전풍의 원래 형태의 당꼬바지다.

() 베드로 단장님 내외와 우리 내외 넷이서 중앙시장을 돌아보았다.

가게 앞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풀빵도 사 먹고, 어느 골목으로 갈 것인지 망설이다가 한 옷가게에 들려 미당 선생과 사모님 당꼬바지를 샀다.

무뚝뚝한 표정의 옷가게 아주머니가 최신 당꼬바지를 내놓으며 좋다고 설명을 하였지만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것이 아니고 옛날에 아버지들이 입던 그런 당꼬바지 없느냐고 하였더니 뒤적뒤적하더니 미당 선생이 찾고 있는 그 바지를 내놓으면서 요즈음은 이런 바지 안 찾는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데보라와 프란치스카씨는 우리들이 우리들 생각대로 좋은 거라고 사 갖고 갔으면 퇴짜 맞았을 것이라면서 중앙시장에서 미당 선생을 만나 직접 고르게 한 것이 다행이라고 수군거렸다.

 

몸은 으스스했지만 버스를 타고 갈마동에 와서 화기애애하게 순대국밥과 소주 몇 잔으로 몸을 녹이다 보니 추위가 가시는 듯 했다.

짧지 않은 갈마 아파트와 향촌 아파트 길을 걸으면서는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

빨리 걷는 데보라와는 달리 미당 선생은 세월아 네월아 하고 걸어가는 것을 넘어 리모델링한 구두가 불편하다고 하였더니 택시를 타고 가자 하였다.

얼마 안 남았는데 뭘 택시를 타느냐고 하였더니 자기도 볼 일이 있어서 그런다면서 그렇게 답답하게 걷지 말고 속도좀 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도 두리번거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야기도 듣고 하면 좋구먼 왜 그러냐면서 급하면 먼저 가라고 하였더니 때는 요 때다고 생각하였는지 기다렸다는 듯이 모양새는 안 좋지만 그럼 나 먼저 훌쩍 갈 테니 차 조심해서 천천히 오시오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쏜살같이 가버렸다.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향촌 길도 운치가 있었다.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흡족한 느낌이었다.

당꼬바지를 입을 생각을 하니 따스함이 느껴졌다.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모를 저렴한 당꼬바지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푸근하게 만드는 것인지 역시 사람은 재물에 그 것도, 자기가 갖고 싶어 하는 것에 눈이 어두운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로써 미당 선생은 현안문제들이 산적한 대한민국에서의 소시민으로서 당꼬바지 하나에 환호성을 울리며 말썽 안 부리고 제 역할을 다 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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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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