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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by Aphraates 2017. 12. 1.

프란치스코(H) 신부님 축일도 다가온다.

지난 가을 나들이도 못 했는데 나들이 겸 해서 점심이나 하시자고 하였다.

()(F) 아우님한테 동짓달 끝날을 일정으로 하여 조율해보라고 하였더니 신부님께서 좋다고 하시면서 유성의 H옥을 지명하셨단다.

무슨 말씀인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민주화 동지 분들하고 그 집에 가끔 다니신 것 같고, 메뉴는 가장 간단하고 저렴한 점심 식사 메뉴인 뚝배기 탕인 것 같았다.

신부님은 연세를 따질 거 없이 원래부터 무슨 음식이든 조금 맛만 보시는 스타일이시다.

뭘 시켜도 잘 안 드시고 만나서 대화하시는 것으로 만족하신다.

이럴 때는 신부님 말씀을 거역할 수도 있다.

초대하는 입장에서 너무 조촐하게 할 수는 없어서 좀 업그레이드 시켜 예약을 했었다.

 

픽업은 아우님이 큼지막한 캠핑카를 갖고 와서 했다.

신부님 모시고 식사하러 간다고 하였더니 둘째 아들이 그러면 새로 산 차를 갖고 가시라며 내줬다고 끌고 왔다.

차가 일반 승합차보다 커서 골목길 같은데서 운전하는 데는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일행 분들과 식당에 가니 예약 시에 매니저한테 부탁한 대로 조용한 자리로 좌석을 준비해두었다.

 

착석을 하기도 전에 성질 급한 신부님이 당신께서 자주 드시는 것으로 주문한다고 하셨다.

그러자 데보라가 며칠 전에 이미 다 주문해 놔서 바로 음식이 나올 거라고 하였더니 매번 김() 회장이 돈을 많이 써서 어쩌냐면서 다음에는 당신께서 사신다고 하였다.

웃으면서 그러시라 하였더니 다른 분들도 함께 웃으셨다.

 

우어회로 시작하여 목을 축이고는 뚝배기 복 요리를 했다.

생복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부드럽고 시원했다.

복도 커다란 것이 몇 토막 들어 있어 내용물이 충실했다.

후손들이 가업을 그대로 전수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한 복 집이었다.

대덕 연구단지에 근무할 때 대화동 공단 옆에 있던 그 집에 가끔 갔었을 때는 그렇게 잘 하는 집 같지는 않았는데 오늘 보니 아주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 역력히 드러났다.

종업원이 서빙하려고 방문을 열 때 훔쳐보니 홀도 빈 좌석이 없이 꽉 찬 것 같았다.

반신반의했는데 생각보다는 훌륭한 복 집이라고 하였더니 신부님을 비롯한 참석자 분들께서 정말 그렇다면서 덕분에 잘 먹고 있다며 좋아들 하셨다.

 

이번에는 전과는 달리 외곽 나들이는 안 했다.

날씨도 추운데다가 혼자서 소주 한 병을 하신 신부님께서 이렇게 기분 좋은 자리 하나면 됐지 뭘 더 하느냐면서 일찍 집에 가 쉬시겠다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시고, 아까 말씀하신 대로 조만간에 금산(錦山)의 그 집에 가시는 것을 주선하겠다는 인사를 끝으로 오찬 자리를 마감하였다.

조촐한 자리이지만 신부님과 노인 분들을 모시고 함께 한 자리가 뿌듯했다.

무슨 일이든 하고 나면 부족했던 것이 아쉬워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심정을 토로하곤 하지만 그만큼이라도 나누고 지낸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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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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