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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나팔

by Aphraates 2018. 4. 8.

나팔을 불고 싶었던 적이 있다.

색소폰과 트럼펫을 준비하여 조금 북북 거리며 불기도 했었다.

하지만 계속하지 못 하고 중단하였다.

지금은 부는 사람들을 보면 멋있다 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고, 장차 다시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면 문학도 하고, 음악도 하고, 미술도 하고, 스포츠도 하고 하겠지만 소질과 능력이 부족하여 글 쓰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다.

 

불어대는 나팔 앞에 기를 펼 수가 없단다.

여간해서는 기죽는 일이 없던 노 정객 박() 의원께서 여러 방송에 출연하시어 승승장구하는 측과 지리멸렬한 측을 두고 한 말이다.

흐르는 민심은 도도하기만 하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봐주면서 넘어가는 법이 없다.

누구에게는 한 없이 온화하지만 누구에게는 이를 데 없이 가혹하다.

작전 세력이 투입되어 일부러 그런 구도를 만든 것도 아닌데 한 쪽에서는 신나게 나팔을 불어대고, 다른 쪽에서는 그 소리에 오금이 저려 옴짝달싹 못 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융성한 기운이 감도는 집은 기가 더 살아서 하늘을 찌를 듯 하고, 쇄잔한 기운이 역력한 집은 더 기가 죽어 땅속으로 기어들어갈 판이다.

 

이판사판이다.

사력을 다 하여 과감하게 태클을 걸어도 상대방은 멀쩡하고 태클을 건 축구 선수가 정강이가 부러져 땅바닥에 나뒹구는 형국이다.

게임 성사가 의문시될 정도로 가울어진 운동장이다.

태클로는 안 되겠단다.

이 번에는 똘똘하고 단단하다고 자처하는 타자가 나서서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결과는 태클 건 축구 선수나 대동소이다.

부는 바람으로 인하여 안타는 고사하고 내야수 석에 떨어지는 플라이나 파울만 연발된다.

 

잘 못 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나 너무 한다.

이제는 다른 분위기에 희석될 만도 하건만 판세가 요지부동이다.

언제까지 그 기조가 유지될 지는 모르겠으나 일찍이 경험하지 못 했던 이변에 놀라울 따름이다.

 

나팔 소리를 잘 접해야 한다.

비상하는 쪽이나 추락하는 쪽이나 잘 해야 한다.

희색만면으로 동분서주하는 것에 취하거나 속수무책으로 멍때리기 하는 것에 침몰되어서는 안 된다.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

조상님 덕을 칭송하거나 조상님 탓하는 것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다음 화요일은 갓난 엄니 기일로서 미산 봉헌하는 날이자 청양 칠갑산 대학 작대기과 출신 아그들 모임이 있는 날이다.

원래는 다른 요일인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시집을 간 서울에 사는 영자가 대전 친구들이 보고 싶어 온다고 하여 연기한 것이다.

반 세기가 넘어 만나는 것인데 조촐하나마 점심이라도 따뜻하게 사야겠다.

그리고 거기서 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을 색스폰 실력을 발휘해 보라고 교장 친구한테 일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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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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