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은 할 것이 못 된다.
피치 못 할 사정 때문에 작별하는 것도 사람이 할 일이 아닌데 타의에 의해 억지로 작별을 하게 된다거나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이상한 말을 하며 작별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이웃에 살던 누가 이사 간다고만 해도 슬프다.
가끔 자주 마주치긴 해도 그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이사 간다면 짐내리는 것을 보며 왜, 어디로 이사가는 지 모르지만 정붙여 살던 곳에 그냥 살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늘 같이 붙어있다 시피 한 사람이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인하여 이사를 하게 됐다고 하면 차라리 아무 말 없이 그냥 갈 것이지 왜 그런 말을 하여 사람을 이렇게 흐트러지게 만드는 것이냐며 이사를 가든 말든 맘대로 하라고 토라져 돌아서는 것이 사람 맘일 것이다.
그 정도도 견딜 만 하다.
내 돈 떼 머고 어디 잘 사나 보자며 얼굴을 붉히고 험구를 해야 할 관계가 아니라면 언젠가는 자연의 이치인 회자정리(會者定離)와 거자필반(去者必返)이 따라 언젠가는 만나서 회포를 풀며 그 때는 그랬다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루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약된 작별이라면 함께 했던 날들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도 수반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만날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작별은 못 견디게 아프다.
가 보지 못 했지만 고통과 근심과 괴로움이 없는 인간으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인 천국이 있음을 믿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따라 하늘에 올라 먼저 가신 사랑하는 사람들과 재회를 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이승의 작별을 그렇게 아파해서는 안 된다 여기면서도 ᄌᆞᆨ별은 싫다.
마르띠노 형제님을 하느님께 맡겼다.
성당에서 레지오 장(葬)으로 마지막 가시는 길을 열어드리는데 다들 눈시울을 적셨다.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듣고 달려가 계속해서 연도를 받치고, 영전에서 마지막 레지오 회합을 하고, 입관과 출관 예절을 거쳐 마지막으로 미사를 통하여 하느님께 맡겨드렸다.
저녁에는 마르띠노 형제님의 빈자리를 남겨 둔 챼 정례 레지오 주회를 하였다.
형제님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또한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자리이기도 했고, 하느님 품안으로 가셔야 한다는 바람의 자리이기도 했다.
단장님께서도 형제님의 사랑을 늘 함께 기억하면서 사랑을 실천하자는 말씀과 함께 형제님을 보내드리는데 단원들께서 고생이 많으셨다고 감사 인사를 하셨다.
훈화에 들어오신 신부님께서도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고, 마무리하러 가는 길에서는 다른 팀 레지오 단원들께서 먼 길 떠나시는 분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것이 그렇게 존경스러울 수가 없다며 칭찬들을 하셨다.
착하고 선하다고 칭찬하는데 안 좋다는 사람 없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고통스럽게 가신 분도 계시고 그 아픔을 참아내기 어려운 가족 분들도 계신데 그게 무슨 대수냐고 말하는 우리들의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멀리 가시어 기약 없는 작별을 한 마르띠노 형제님,
먼저 가신 분들과 함께 그 분 품안에서 영복(永福)을 누리셔야 합니다.
저희들도 그렇게 해 주시라고 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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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