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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벗어, 벗어

by Aphraates 2018. 11. 7.

남자가 이상한 눈빛으로 뭘 좀 해보려고 그렇게 벗으라고 해도 어림 반 푼 어치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면서 돌아서고, 남 안 가진 거 혼자만 가진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재느냐며 잡아 당겨 벗기려면 원수 대하듯이 노발대발하는 것이 모모의 본능이다.

누구라도 그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벗으란 말이 없어도 스스로 벗을 때까지 홀라당 벗어제끼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출발 선상에 서는 선수들이나 환자들을 보면 달라도 참 너무 다르다는 생각에 웃음이 날 때도 있다.

팔자 좋게 별 걸 다 갖고 이야깃거리 삼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실이 극과 극인 우리들의 모습이어서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벗어, 벗어.

아래도 벗어 봐요.

이런다고 해서 야동의 전초전은 절대로 아니다.

 

우리 미당(美堂) 선생과는 당()가 명친(名親)이신 구당(灸堂) 선생님은 상수(上壽 : 백 살 이상의 나이)를 넘어 황수(皇壽 : 황제의 수명)으로 가시는 길에 당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침술이 의술이냐는 논란에 휩싸이다 못 해 송사에까지 휘말리셨었는데 어떻게 결론이 나고 어찌 지내시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이름은 엇비슷하지만 그 쪽과는 멀리 있는 미당 선생이 구당 선생님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침()과 침술(鍼術)과 관련한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할까 한다.

재미삼아 일부러 논픽션으로 작문(作文)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던 픽션을 전하는 것이다.

 

위령 미사 봉헌을 끝내고 회합실에 앉아서 미처 정리하지 못 한 교본을 정리하고 있었다.

먼저 입실해 있던 김() 아우님과 막 들어온 황() 아우님간에 우의돈독(友誼敦篤)한 이야기가 무르 익어갔다.

침술 이야기였다.

한데 침술 이야기를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둘이가 동시에 윗옷을 벗어 제끼고는 맨살의 어깨를 보여주는데 섬뜻했다.

병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촌철살인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거늘 웬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어깨와 팔뚝이 엉망진창이었다.

새가 쪼아 놓은 듯한 침 맞은 자욱과 작은 장떡을 붙여 놓은 듯한 부황 자욱으로 얼룩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었다.

친절하고도 강력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자기들 몸을 모델로 삼아 상품 설명하는 것처럼 몸을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즉, 침을 맞고 부황을 떴더니 가뿐하다는 것을 신나게 설명하면서 어디어디가 용하다고 소문났다고 한의원 홍보까지 덧붙였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공짜 눈요기로 보는 관중으로서 잠자코 있으면 아니 될 일이다.

아우님들이 그렇게 고장 난 몸과 치유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도 도리가 아니었다.

왜들 그러지. 그래, 시원해요? 더 벗어, 벗어. 아랫도리도 내려 봐요라는 우스개 소리로 치유되어 안 아프니 다행이라고 격려를 했다.

또한 미당 선생은 한의원에 가 본 기억이 별로 없지만 한방이 잘 맞는 사람은 잘 맞는 거 같다면서 특히, 각자 사정에 따라 더 잘 맞는 곳이 있는 거 같더라고 하였더니 그렇다고 하였다.

대전이 칼국수의 메카라고 소문났는데 어디를 가야 좋으냐고 물으면 칼국수가 칼국수지 뭐 특별한 게 있느냐며 자기 입맛에 맞는 집이 제일 잘 하는 집이라는 말과 비슷할 거 같은 이야기다.

 

한방(韓方을 가든 양방(洋方)을 가든 알아서 몸을 조심할 일이다.

정점에 올랐다가 바닥으로 거의 다 내려오는 시점이어서 좋아질 리는 없으니 지치고 피곤한 몸 잘 챙기며 간수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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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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