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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휴가

by Aphraates 2020. 8. 17.

하나, 삼천포 댁() 이야기.

본가가 있는 창원에서 언니며, 친구며, 가족이며 지인들이 가끔 오신단다.

창원과 삼천포는 같은 바운더리로 봐도 될 정도로 낯설거나 먼 거리는 아닌데 반가운 분들이 오시면 어디서 뭘 하느냐고 물었다.

특별한 것은 없단다.

그냥 삼천포 맛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근사한 바닷가를 드라이브하고, 언덕위의 하얀 집 같은 카페에 가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향긋한 차를 음미하며 오붓한 시간을 갖는단다.

미당 선생이 담박에 우려를 표했다.

에이, 좀 더 쓰시지들. 새롭게들 하셔야지라고 전제하고는 바닷가 사람들이라면 산으로 가야 구색이 맞지 늘 함께 하는 바다와 함께 하면 지겨울 거 아니냐며 좀 색다르게 좀 해보라고 권했다.

처음에 무슨 소리인지 놀라는 표정이더니 말인즉 틀린 말은 아닌지라 그렇긴 하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라며 웃었다.

 

, 갈마동 제() 이야기.

미사 끝난 후 로비에서 만났는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가정사를 좀 이야기하다가 건강할 때 건강 조심하자고 했다.

오늘 누구네 누구네 하고 세 집이서 부부동반으로 23일 일정으로 휴가를 다녀오기로 했다며 지금 출발한다고 했다.

아우님으로부터 휴가 간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본인 부부도 휴가라는 말을 언제 썼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이어서 감개무량할 것 같은데 넉히 삼십 년은 넘었을 것 같다.

잘 했다며 응원의 박수를 쳤다.

어차피 떠나는 거 집이나 가게 일은 애들한테 일임하라고 일렀다.

다 잊어버리고 푹 쉬었다 오라면서 올해뿐 아니라 매년 또는, 매년에 몇 번은 그리 하라고 푸시를 했다.

어디로 가느냐고 하였더니 안면도라고 했다.

역시 에이 소리부터 나왔다.

대전 아파트 뒤 갑천 변에 텐트치고 노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저께인가 일행 중 한 사람이 안면도 쪽이 고향인 아우님한테 소곤거리더만 거기에 대해서 물어보느라고 그랬던 것 같았다.

기왕에 가는 것이라면 멀리 가서 돈도 좀 팍팍 쓰면서 코로나에 지친 몸을 풀고 힐링이라도 하고 올 것이지 뒤뜰이나 마찬가지인 안면도가 웬 말이냐며 다음에는 그 보다 세 배 정도는 먼 곳으로 가보라 부탁했다.

 

. 서울 교육장에서 만난 쌍문동 옹() 이야기.

OB가 된 후에 만나는 것이니 거의 십 년이 다 돼 간다.

그래도 같은 물에서 놀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미당 선생 근황을 알 텐데 모르는 것 같았다.

긴 장마의 날씨도 그렇고, 재 확산되는 코로나도 그렇지만 그래도 할 거는 해야 할 거 아니냐면서 휴가는 했느냐고 물었다.

돌아가는 판국이 그러니만큼 교육 기간이 휴가였다 생각하고 연휴가 끝나면 남해안 삼천포로 떠난다고 했다.

친구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좋은 곳으로 휴가 간다며 부럽다 했다.

임지로 가는 것을 휴가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더 길게 얘기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다.

그렇지 뭐대답하고는 속으로 핀잔을 했다.

휴가 좋아하네.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교육으로 휴가 1주일 마치고 남해안으로 일하러 간다. 삼천포에 있는 것 자체가 휴가이자 힐링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주일마다 400km 이상 씩 달리며 왔다갔다 해봐라. 그런 소리가 나오나. 그래도 그런 자리에서, 그런 직책으로, 그만한 일을 하는 것도 선택받은 것이니 즐거운 맘으로 남들의 휴양지인 곳으로 복귀한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이라고 박수좀 쳐 줘라라고 일갈했다.

 

, 모임에서의 향촌 여() 이야기.

상황이 안 좋긴 하지만 휴가들은 어찌 하시는지 궁금하단다.

미당 선생이 웃으면서 설명했다.

먼저 노땅들이야 가만히 있는 게 휴가지요라 했다.

이어서 속으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디 쏴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휴가를 하면서 즐길 나이도 아니니 아파트에서 그냥 밑이나 내려다보는 게 휴가지요 뭐. 기운이 넘치는 할배와 할매들은 여기는 여수네, 여기는 흑산도네, 여기는 영일만이네, 여기는 설악산이네......, 라고들 하지만 국내나 국외나 여행 감각이 무디어졌네요. 즐겁게 놀다 오라고 덕담을 하지만 그들도 별 수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작은 차 뒤꽁무니에 캠핑카를 달고 버겁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남부여대하여 시간차를 타고 해변이며, 산이며, 관광지며, 유원지를 찾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 때가 좋았지 하는 그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도 저도 다 지난 것들이어서 새로운 휴가를 해야 하는데 어디에 가서 무엇으로 해야 할 것인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별 걸다 갖고 고민한다며 원대한 계획을 세우면서 휴가나 여행의 반 이상을 즐기는 패러다임은 끝내고 이제는 발길 닿는 대로 가볍게 조금씩 움직이며 나들이하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점심때가 지나면 향촌의 1932호는 삼천포로 휴가를 떠난다.

한 열흘 만이라서 그런지 먼 것 같기도 하고, 가까운 것 같기도 한데 삶의 터전읗 향해 가는 것이니 문제가 될 것은 없고 새로운 기분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휴가의 계절 여름철이 되면 찾는 패티김의 시원한 하와이 연정과 앤디 윌리암스(Andy Williams)의 은은한 하와이안 웨딩 송 (Hawaiian Wedding Song)”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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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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