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태풍 바비가 서해안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반응이 시큰둥하다.
오면 오는 거지 뭐 하는 식이다.
예보가 아니라 오보라는 오명이 유달리 돋보여 전 같으면 된통 얻어 맞을 텐데도 관심 밖이다.
홍수 여파와 수해복구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으니 각기 알아서 하란다.
전당 대회를 하거나 당명을 바꾼다며 변신을 꾀하지만 댁들한테는 중요한 것이니 댁들이나 열심히 해야지 누가 눈길을 줄 형편이 아니란다.
내세우는 모토인 안정도 진보도 정동 중이다.
동서 남풍은 물론이고 도깨비처럼 불쑥불쑥 나타나는 태풍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들 숨죽이고 돌아가는 형세만 살피고 있다.
그게 잘하는 거다.
상황이 어려울 때는 입조심하고 몸조심해야 한다.
안 그러고 괜히 나섰다가는 주목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지금 뭐 하고 있는 것이냐며 몰매를 맞는다.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새벽 음악 방송이 갑자기 끊기더니 경보음이 울리고 행정안전부 명의로 태풍 주의보 재난방송을 하였다.
전 같으면 이거 큰일 났구나 하고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
부스스 일어나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며 바람 소리가 어떤지 귀 기울여봤다.
멀쩡했다.
남해 서부와 서해 남부 바다가 서로 다르다고 하지만 태풍 반경으로 볼 때는 한 테두리 안이어서 큰 차이가 없는데 올라온다는 태풍의 기미가 없는 것이다.
태풍이 어디 숨었다가 기습하는 매복 작전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예보의 진로나 위력이 달라진 것이다.
비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별거 아니고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떻게 진로가 바뀌고 세력이 커질지 모르니 방심할 것은 아니지만 태풍을 미풍이나 허풍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우리만이 아니다.
전 인류의 문제가 걸려있는 것이다.
코(Co)가 걔 때문이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Black Hall)인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보기 힘들던 청개구리들이 등장한 것이다.
다들 아니란다.
돌아가는 형국이 그게 아니다.
그런데 자기들만 그렇단다.
눈이 새까만 태풍도 주목을 못 받는데 그 엄중한 상황에 맞서 여기저기서 헛소리하는 사람들은 사태 파악이 그렇게도 안 되는지 모르겠다.
살고자 하는 것인지 죽고자 하는 것인지......, 기름통을 지고 불섶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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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