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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이런 때 예의는

by Aphraates 2020. 8. 27.

미미하던 8호 태풍 바비가 북상하면서 점점 커지더니 한반도 옆을 지날 때는 눈이 새까말 정도로 강력해졌다.

여러 가지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반도 상황에 이게 웬일이냐며 걱정하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천만다행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면서 정면 대응하여 맞이한 것을 좋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두려워했는지 그 규모에 비해서는 비교적 조용히 북상하여 열대성 저기압으로 흐물흐물해진 것 같다.

 

그렇다.

자연이고 인간이고 상호 호혜 원칙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천우신조(天佑神助)의 순환 관계가 이루어진 셈이다.

아주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세상이 그리 돌아가야 한다.

수학 공식대로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열정이 있으면 그를 인정해주고, 사랑이 있으면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때 예의는 무엇인가.

우리 모두 스스로가 반문하며 생각해볼 일이다.

나는 과연 예의를 잘 지키고 있는 것인가.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잘 지키지 못한다면 왜 그런 것인지 되돌아보고 고쳐나가면서 보다 나은 것을 향해 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인간의 도리다.

 

지금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큰놈 하나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른 것은 다 접어둔 채로 염치 불구하고 안면몰수로 가는 거다.

이유를 대지 말고 하라는 대로 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꼼짝 마라!

하고 소리치면 바싹 엎드려 시키는 대로 해야지 고개를 쳐들고 일어서면서 왜 그러느냐고 따지면 도움이 안 된다.

 

절제하는 거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정체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니 등한시할 수 없는 것이 관혼상제(冠婚喪祭).

그러나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가릴 필요가 있다.

현실에 맞게 다른 방법으로 하면 된다.

안 해본 것이라서 어색하긴 하겠지만 결례는 아니다.

 

이럴 때는 두문불출(杜門不出)에 벽면수도(壁面修道)가 아름답다.

초청도, 방문도 실례다.

안 만나고, 안 찾는 것이다.

불가피한 것은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

명절 선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시절에 나부끼던 포스터인데 케케묵은 그 말이 엉뚱한 데서 다시 튀어나오고 있다.

코로나 탓이다.

그런데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닥치면 다 하게 돼 있나 보다.

누가 안 가르쳐 주고, 강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알아서 그 방향으로 나가는 기류가 선연하단다.

주변 분위기도 그렇다.

미루고 미루다가 결행하는 혼인집에서도 그러리니 하고 체념하는 것 같다.

다시 미룬다고 해서 뾰쪽한 방법이 있을 거 같지 않으니 더 미루지 않고 한다는 것인데 저절로 간소한 애경사가 지켜지게 생겼다.

 

아이 결혼식을 연기한다.

아이 결혼식을 가족들끼리 조용히 치르기로 했다.

 

그런 식으로 혼사를 연기하거나 치른다며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나 전화가 종종 오고 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럴 때의 예의이자 서로가 이해되는 것 같다.

삭막하게 김영란법을 드는 것은 싫다.

그러나 서운한 면이 없지 않지만 오히려 잘된 것인지도 모른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언제 어디에든 골치 아픈 학생들은 있는가보다.

코로나, 방역, 경제......, 그런 거에는 나몰랑으로 내 길을 고집하면서 반인륜적, 반국가사회적, 빈이성적인 모드로 비쳐 나오는 것은 무슨 시츄레이션인지 맘이 무겁다.

말이 안 통하면 언젠가처럼 법이고 뭐고 따질 거 없이 끌어다가 물고를 내라 외치고도 싶지만 참아오면서 전진한 수십 년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제발 정신 좀 차리자고 읍소하는 것으로 야단법석을 떨면 지나가는 바비에게 작별을 고한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장이지만 그래도 상식이 통하고 양식이 지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것을 등한시하다가는 공생 공존이 아니라 강자나 약자도, 적자나 부적자도 함께 무너지는 공멸의 장이 된다는 것을 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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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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