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했다.
참 오랜만이다.
지정된 장소에서 강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자발적으로 했다.
YB 시절에는 가끔 하던 일이다.
OB기 되어서는 처음인 것 같다.
한판 때리거나, 한판 붙거나, 한판 벌이다 보면 어려운 줄 모르고 자연스럽게 밤샘을 해도 며칠은 거뜬했지만 지금은 나이가 나이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렇게 했다가는 절단나니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사명감에 불타는 청춘이 아니더라도 일이 닥치면 다른 거 생각할 여유 없이 밀어붙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지라 준 전시상황에 버금가는 하룻밤이었다.
몽둥이를 들고 기다린 것은 아니고 제발 조용히 지나가라고 간절하게 소망을 한 것이 통했는지 재 9호 태풍 마이삭(MAYSAK)은 예상보다는 강하지 않은 모습으로 남해안을 지나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하여 태풍 진로와 영향에 대하여 세밀하게 관찰을 했다.
별다른 연락이나 징조가 없는 것으로 봐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간단하게 새벽 떡국 한 그릇 때리고 얼른 나가 현장을 확인하고 보고해야겠다.
파란 하늘에 휘영청 밝은 새벽달이 뜨고 산들바람이 불어 상큼하다.
간 분은 간 분이고 또 다른 10호 동생 태풍이 남태평양에서 올라온다는 안락한 주말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 한반도와 대한해협과 일본이 태풍 길목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길도 있으니 번갈아 가면서 길을 달리해봄직도 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나는 한반도가 좋다고 짝사랑하여 이쪽으로만 올라오는 것인지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다.
그러나 기왕 오실 거라면 불효자보다는 효자 태풍이 되어 올라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니 그 점 좀 헤아려주셨으면 한다.
반(潘) 선생님이 텔레비전 출연하여 마이삭과 그 동생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시고 있다.
미당 선생도 태풍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어 욕보는 중인데 저 양반은 우리보다 연상이신데 참 열정적이기도 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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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