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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그럼 하나 더

by Aphraates 2020. 9. 2.

같은 전력인으로 동종 업계에서 사업을 하는 대학원 후배님과 업계와 학계 전반에 대하여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미당 선생이야 업계와 학계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른다.

대신에 현장 돌아가는 것은 어느 정도 안다.

실제 체험하면서 느끼기도 하고, 오가며 귀동냥해서 듣기도 한다.

그러나 불철주야 동분서주하는 후배님은 다르다.

어제도 업계 돌아가는 소식을 리얼하게 들려줬다.

애로사항도 덧붙였다.

뭐 도와줄 것도 없는 처지인지라 다들 어려우니 견디어 내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빈말 인사만 했다.

 

후배님이 요즈음 어찌 지내느냐고 물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무탈하다 하였다.

건강상으로나 업무상으로나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장담할 수는 없는지라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갖고 전에 하던 대로 잘 지내고 있다 했다.

직장이야 기본이고 가정과 성당을 토대로 하여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해야 할 일도 하고, 소맥 폭탄도 터트리고, 삼천포와 대전을 오가며 여기저기 들리는 식으로 여행도 하고, 글도 쓴다면서 참 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고마운 생각을 늘 갖고 있다 했다.

 

얘기를 듣던 후배님이 받아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럼 머리 녹슬기 전에 자격증 시험 하나 더 보는 것이 어떠냐며 그게 왜 필요한지를 설명했다.

안 돌아가는 머리 녹슬었달 게 뭐 있느냐면서 길을 터놨으니 어느 정도 노력을 하면 될 것 같지만 생각이 그렇게 간절하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자 앞으로 더 역할을 해야 하니 노느니 삽질하시는 셈 치고 해보라고 했다.

 

나이 들어가는 선배를 걱정해주는 맘이 고마웠다.

대부분 사람이 무슨 영화를 더 보겠다고 머리 싸매고 그러느냐고 맛있는 거 먹으며 실실 여행이나 다니라고 만류하는 편이지만 목표를 갖고 계획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어떤 성패 여부를 떠나 여러모로 좋다는 평소 생각과도 맞아 떨어지는 조언이었다.

그럼 하나 더 해볼까하면서 우물거렸더니 더위나 지나면 다시 시작하여 내년에 당장 해결해보라고 응원을 해줬다.

그러지 뭐 그럼으로 화답하였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망설이던 중이었는데 후배가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어서 전기의 계기가 마련된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원플러스 원(1+1)으로 덤을 주는 것은 아니니 그만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야 할 텐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 예감이다.

 

태풍 9호와 10호가 연달아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

태풍이 아니어도 대적해야 할 일들이 많은 판이다.

정림동 민정이 아들 쌍둥이의 우렁찬 울음소리도 아니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는 광고도 아니고, 그럼 하나 더 하는 독백도 아닌데 왜들 그러는 것인지 좀 조용조용 올라오라고 부탁해본다.

 

어제 퇴근하면서 오늘 저녁에 태풍 대비 비상대기를 하기 위하여 발전소 야간 출입신청을 해놨다.

그렇게까지 될 날씨는 아닐 것 같고, 그리 하지 않아도 되는 처지라 할 수 있지만 혹시 몰라서 자원하여 조처한 것이다.

OB로서 오랜만에 YB의 역할을 하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이럴 때 산전수전 다 겼었다는 자부심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한다.

대보라한테 비상 근무복은 회사 현장에 있으니 안 챙겨도 좋지만 간식으로 먹을 과일, 음료수, 라면의 김치 정도만 준비해달라고 하였더니 벌써 다 준비했다면서 펼쳐 보였다.

 

일을 잘 하고 못 하는 것과 실적을 내고 못 내고 하는 것이 조직 현장에서는 꼭 필요한 것인데 최선과 성실을 다 하는 선행(先行) 후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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