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구름에 싸인 산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 아래로는 깊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름다운 풍경인지, 꼭 가야 하는 곳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게 그를 향해 그냥 걸어갔다.
가는 중간에 온갖 희로애락이 점철된 것이 많았을 테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일일이 가릴 것도 없었다.
가는 길에서 맞닥트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아무 생각 없이 갔다.
아득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아니, 끝을 인식하지 못 하고 가다보니 산과 강이 떡 버티고 있었다.
언젠가는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던 것 같은데 난감했다.
온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앞길을 비집고 갈 수도 없었다.
맹지(盲地)였다.
동행인 하나도안 보이고, 다른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인간적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답답했다.
이게 뭐고, 다들 어디로 갔느냐고 울부짖었다.
아무런 반향이 없었다.
맹지 앞에 서서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연약한 한계를 깨닫고 이겨보려 했지만 그 역시 역부족인지 발버둥 치다가 끝이 나고 말았다.
꿈이었다.
여기까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맹지에서 사라진 사람들이나 맹지에 선 자신을 생각해서 착하고 선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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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