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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꿀 보직

by Aphraates 202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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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는 허니문의 그 허니(Honey).

환상적인 감미로움이다.

어릴 적에 먹던 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귀하여 여간해서는 먹을 기회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귀하면서도 흔하다.

별의별 꿀이 다 있다.

좋다고 하여 먹어보면 옛맛이 아니다.

토종꿀도 양봉으로 만들고 있다.

꿀맛도 변했을 것이고, 고급화되거나 인스턴트 맛에 익숙해진 입맛도 변했을 것이다.

그레도 좋은 것에 꿀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것을 보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라는 성경 말씀이 먼저 떠오른다.

 

꿀 보직이 있다.

꿀처럼 달콤하여 누구라도 가고 싶어 하는 요직이자 양지다.

 

군대에서도 쓰인다.

군대는 계급이 아니라 보직이란 말이 암암리에 통한다.

상하관계 명령체계가 뚜렷한 조직에서 안 맞는 것 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육군 모 부대 하사관이 까마득하게 위 상관인 참모총장 육군 대장을 총 개머리판으로 두들겨 패면서 끌고갔다는 이야기도 나돌았고, 그게 사실로 증면된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일반 사회에서도 통한다.

승진하면 골치 아프니까 일부러 승진 안 하고 연고지에서 하위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챙길 거 다 챙기고 누릴 거 다 누리던 예전의 OO직 공무원이 그랬다.

 

다 지난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같은 세상에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 있어 가끔 일어나고 있다.

청산해야 할 적폐인지 아니면, 관례를 묵인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것 같다.

 

군사 경찰(헌병)의 하극상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극히 일부부인 것 같다.

그래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것 같다.

문제가 되면 해결하면 되는 것이니 가십거리로 여기면서 그냥 지나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다.

 

옛날로 안 돌아가 봐서 모르겠는데 지금은......, 안 그럴 것이다.

 

대위와 병장 상이 오간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안다.

미비되었다며 서류를 책상 서랍에 집어넣고 언제 다시 끄집어낼지도 모르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된다.

부탁하는 계급 높은 대위가 상전인가, 처리하는 것을 피일차일 미루는 계급 낮은 병장이 하인가 답이 나올 것이다.

 

) 어이, 김 병장! 이것 좀 처리해줘. 급하니까 가능하면 빨리.

) , 알겠습니다.

) 지금 바로 갖고 가야는데 빨리 안 하고 왜 그러고 있어.

) , . 그런데 중대장님 여기 이 부분이 규정에 안 맞습니다. 수정 보완하여 다시 제출하셔야겠습니다.

) , 그 정도야 김 병장 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급해서 그러니 빨리 좀 하자고.

) , 죄송합니다. 부대장님의 특별 지시사항이기도 하고,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여 제 재량껏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른 분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계시니 다음에 다시 오시지요. 이 서류는 일단 제가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 여기 등장하는 김 병장은 여기 이 김 병장이 아니다. 이 김 병장은 행정병이 아니라 3년 내내 말단 보병의 생명수당 지급받는 특수부대원으로 있었기 때문에 실상을 잘 모르고 그런 모습을 가끔 보거나 이야기 들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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