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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주말이 좀 그렇다

by Aphraates 2020. 12. 5.

천리 길이 멀다 않고 바리바리 싸들고 대전 향촌 집에 왔는데 주말이 좀 그렇다.

푹 쉬다가 기회가 되면 그리운 얼굴들을 보고 소맥폭탄이라도 터트린다.

내일 주일에 미사 참례를 하고 이제 제 2고향처럼 돼 있는 삼천포 향촌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어렵지 않은 그마저도 허하지 않는다.

 

두문불출 상태다.

밖을 봐도 오가는 사람들이 없고, 주차장과 중앙도로는 만차다.

만나기는커녕 작전을 펼치기 위하여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려고 전화를 할 수도 없다.

상대가 뭘 하고 있는지 상상은 되지만 함부로 sns를 할 수도 없다.

서로가 마찬가지다.

실례가 되거나 거부당할 수도 있다.

 

나 홀로 이어야 한다.

그도 쉽지가 않다.

글을 쓰다가 지루하면 잠이라도 청할까 하고 수면제인 TV를 켜면 더 질린다.

맨 편을 갈라 공방을 벌이는 윤추 얘기 아니면 서커스단 곡예사나 가면 무도회 같은 트롯트 경연 판이다.

바라는 개혁과 공정도 피곤하고, 좋아하는 뽕짝과 신인도 짜증난다.

 

그렇지 않아도 만나면 정열의 불꽃이 튀는 것이 아니라 분열의 파열음이 들리는 주말이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안 도와 줘 전쟁이 더 심화된다.

오붓한 주말보다는 안 싸우면 다행이라는 청장년 부부들이 이해도 된다.

사랑이고 정이고 뭐고 간에 솔직히 말해서 습관으로 산다는 주간 낸 휴일인 노년들은 전쟁할 기력이나 여유도 없는지라 창밖으로 먼 하늘만 바라보는 것이 익숙해져 있다.

그럭저럭 견디던 그 인내도 한계에 도달한지라 나가서 가로수라도 발로 몇 번 차 가지가지에 있는 먼지라도 털어내고 들어와야 하는 판국이다.

 

단골 이발사가 부러운 표정으로 한 말이 생각난다.

일 년 내내 비워 둬도 탈 없는 틈실한 아파트인데 화롯가에 엿 붙여 놓은 것도 아닌 걸 힘들게 왜 그렇게 매주 올라오느냐며 남해안 좋은 동네 여행하면서 맛있는 것이나 사 먹으면서 즐기라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주말에 집에 안 오면 이상하고, 생각하는 것이 그렇지 막상 오가고 가서 살아보면 그런 소리가 안 나올 것이라는 반론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때는 할 일이 있다.

안 풀리는 걸 괜히 인상 푹푹 써봐야 피곤하다.

베란다에 나가서 방 쪽으로 있던 화분이나 창 쪽으로 옮기고 박박 문질러 청소나 해야겠다.

그렇게 하면 그 시간은 힐링이 되니 그런 연후에 뭔가를 도모해야겠다.

안 그러면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에 대고 백날 해봐야 그게 그건 걸 왜 자꾸 사람 귀찮게 하는 것이냐며 욕하는 것으로 자신을 스스로 욕보이게 되니 좋은 날에 그럴 것은 아닌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하라는 정부의 방침과 협조요청에 응하는 것도 어렵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들 마찬가지이니 어른답게 느긋하고 차분하게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주말을 보내야 한다는 각오도 어렵다.

 

에이, 어쩔 수 없다.

오늘이 그 기념일이니 달달 외던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국민교육헌장이나 한 번 외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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