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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마빡

by Aphraates 2020. 12. 6.

연말 사목회를 하는데 보니 앞에 앉은 시설분과장님 권() 필립보 아우님 이마에 윤기 돌았다.

때깔이 날 나이는 지났는데 어쩐 일인가 해서 농을 던졌다.

아우님 흰머리는 줄어들고 이마빡은 반들반들하다면서 회춘하는 것 같은데 뭐 좋은 일이 있느냐고 하였더니 웃으면서 그런 거는 아닌데 머리가 덜 세는 것은 같다고 하였다.

자세히 보니 전과는 달라 보였다.

은빛이던 머리가 전체적으로 약간 검은 끼가 돌았다.

염색했거나 청춘 시절의 검은 머리로 돌아간 정도는 아니어도 전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백발이야기를 하다가 아우님이 미당 선생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형님이야말로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주름 하나 없이 이마가 반들반들거리는 것이 보톡스를 맞은 것 같다고 하였다.

겉보기는 그래도 속은 버석거린다면서 육십이나 팔십이나 함께 늙어가는 것은 마찬가지인 거 같다고 하였더니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대머리가 아닌 이마빡 이야기를 한참 만에 나누었다.

앞짱구 뒤짱구 이야기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런데 신체적인 비하라는 안 좋은 소리를 듣는지 아니면, 요즈음은 갓난아이 시절부터 잘 만져줘 앞뒤로 툭 튀어나온 좋은 것으로 알려진 군장갈대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짱구 얘기는 별로 안 한다.

 

미당 선생 어릴 적 별명이 마빡이었다.

지금은 이마빡이 조금 나오긴 했어도 보통이지 유달리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어릴 때는 이마빡이 많이 튀어나왔었나 보다.

특히 명희가 이름을 안 부르고 마빡이라고 불렀다.

별로 달갑지는 않았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윽박지르기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나저나 명희가 걱정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세상 근심·걱정 없는 것처럼 살아서 너는 병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은 중병에 투병 중이어서 안타깝다.

 

, 마빡.

저 마빡이 말이지......,

명희가 그렇게 부르면 쟤가 친근감을 나타내는 것인지 조롱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나이 들어 생각하니 다 우정을 강조하는 말들이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빨리 쾌유하여 칠갑산 도림골에서 모여 소주가 좋으니 맥주가 좋으니, 닭도리탕이 맛있느니 삼겹살이 맛있느니 하면서 마빡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한 세상의 온갖 헛소리라도 나누어야 할 텐데......,

도와주시라고 당신께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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