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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두 다리 떨면서

by Aphraates 2020. 12. 7.

두 다리 오들오들 떨었다.

 

어제는 대전 성당에서 공동체 미사 참례하는데 그랬다.

혹시 몰라서 두터운 겨울 외투를 입고 갔기에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춰서 팔다리는 물론이고 속까지 얼어붙을 뻔 했다.

 

오늘은 삼천포 발전소 구내식당이었다.

안면몰수였다.

대전보다 더 가혹했다.

북쪽에서 내려오고 추위도 잘 참는 미당 선생도 그러니 남쪽이 고향인 사람들은 식탁이 흔들릴 정도로 발발 떨면서 식사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평소 인원보다 몇 배는 적은 인원이 띠어띠엄 앉아서 밥을 먹다보니 식당의 온기와 정기는 고사하고 삭풍이 불어와 따뜻한 남쪽 마을이 무색하게 된 것이 꽤 됐다.

오늘은 한 술 더 떴다.

창문과 출입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로 배식과 식사를 했다.

시험하기 위한 이열치열의 반대 논리도 아니다.

오뉴월에 맨발로 다니는 오리 새끼도 아니다.

그런데 이게 뭐냐는 불만이 일었다.

여긴 또 왜 그래하고 테스 형을 소환하고 싶은 것이 밥 내려가는 목국멍까지 올라왔지만 묵묵히 숟가락질을 하여 한 그릇 해치웠다.

먹어야 사니 다들 억지로 먹는 표정은 아니었으나 포기한 듯한 것이 즐거운 표정들도 아니었다.

여직원은 따뜻한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밥을 먹는 건지 뭘 먹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불편한 기색으로 도시락을 배달시키냐고 물었다.

우리가 지난 두 달 넘게 먹어본 배 도시락은 더 써늘할 테니 그냥 두터운 외투와 내복을 입고 와서 구내식당을 이용하자는 것으로 결말 지었다.

 

왜 그랬을까.

이 모든 것은 코로나 걔로 귀결된다.

실내 환기 시기 위하여 두터운 양말과 등산화를 신었을지라도 맨발의 청춘이 되어야 하는 시국이다.

온 나라 온 사람이 걔를 물리치기 위하여 악전고투하는데 개개인들도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하는 것이 신상에 이롭고, 그게 애국자다.

할 거 하고, 지킬 거 지키고, 하라는 거 하면 된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제대로 하지도 못 하면서 길가의 두더지처럼 나타나 한 마디씩 던지며 뭔가를 찾고 있는 것보다는 백 번 잘 하는 것이다.

 

즐거움은 함께 하면 배가 되고, 고통은 함께 하면 반으로 된다고 했다.

누가 누구를 챙기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살펴보기도 어려운 지금 그런 공맹을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생각해봐야겠지만 난국(難局)을 타개하는 데는 고통을 분담하고 함께 가며 치유이의 방안을 찾아 실행하는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두 다리를 오돌오돌 떨지라도 한 끼니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 받고 희망적인 모습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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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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