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배우의 영화 대사에서만 다 계획이 있는 게 아니다.
작은 걸 하나 하더라도 다 계산이 있는 거다.
대충 주먹구구식으로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엄마의 밥상처럼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하다보면 저울로 달아 일일이 계산을 안 해도 거의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만 그도 계산이 있어 가능한 것이지 아무렇게나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오늘 점심 메뉴는 돈가스였다.
밀접저촉 방지 차원에서 식사시간을 11시 10분부터 13시10분까지 협력업체, 발전처 1/2, 외부인, 경영관리실로 나누어 한다.
띄엄띄엄 앉아서 좋긴 한데 환기를 시키느라고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비록 남쪽 따뜻한 곳일지라도 겨울바람이 만만치 않아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밥을 먹는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이 자율 배식하는 밥이나 샐러드는 최소한으로 담아 와 얼른 먹고 내빼는 경향이다.
돈가스 같은 경우는 돈가스와 파스타, 스프, 초절임 무는 배식을 한다.
그리고 밥, 김치, 야채는 자율 배식이다.
배식구에서 배식을 받아 자율 배식 쪽으로 오는데 몇몇 야채와 과일과 소스가 덮여진 돈가스가 너무 작은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려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자율 배식 대를 따라가는데 박(朴) 대리님이 아예 밥은 안 담았다.
미당 선생은 망설이다가 얼떨결에 둬 숟가락 정도 담아 식탁에 앉으면서 왜 밥을 안 갖고 왔느냐고 하였더니 돈가스만 해도 안 모자랄 거 같아서 그랬다며 웃었다.
식당이 훈훈했으면 좋았을 텐데 냉랭하니 먹는 것도 썰렁했다.
식사 중에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안내판이 식탁 칸막이마다 붙여져 있어 먹는 것에만 열중해야 하는데 썰렁하다보니 분심이 든다.
결국 전후좌우 식사하는 사람들을 간간히 바라보기도 하고, 배식을 받아 오는 사람들이 자율배식을 얼마나 가져오는가 하는 것에 눈길이 간다.
대부분이 인사치레로 조금 밥을 담아오는 데 가끔은 현장 근로자 같은 식객들이 밥을 그릇 가득 담아가는 경우도 있다.
작업복 차림의 건장한 사람 몇이 오더니 전체가 밥을 꾹꾹 눌러 한 사발씩 담아갔다.
영양사가 메뉴로 돈가스로 정했을 때는 다 계산이 있이 하는 건데 저렇게 밥을 많이 가져가면 안 남기고 다 먹을지 의문스러웠다.
궁금하면 5백 원을 주는 것도 아닌데 살펴보기로 했다.
식사를 일부러 천천히 했다.
시가가 다 끝난 박 대리님한테 먼저 가라 이르고는 건장한 사람들이 밥을 남기는가 안 남기는가 보려고 보조를 맞춰 식사를 했다.
길지 않은 시간에 식사가 끝나고 그들이 나갈 때 따라가면서 잔반이 있는지 없는지 눈여겨봤다.
깨끗했다.
천주교 신자들이 김치 쪼가리 하나 안 남기고 알뜰하게 드시는 것처럼 고봉 떼기 밥과 수북한 야채를 깔끔하게 해 치운 것이었다.
아하,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다 계산이 있는 것이었다.
영양사와 근로자와 식사량 계산이 달랐지만 그게 맞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영양사 입장에서는 돈가스에 약간의 밥이면 보통사람들에게 맞는 것이니 식단을 그리 짰을 것이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힘들여 일하니 보통 사람보다 많이 먹어야 하닌 기본 돈가스에 밥을 고봉으로 담아갔을 것이다.
영양사가 손이 작다 할 수도 없고, 근로자가 너무 많이 먹는다고 할 수도 없는 것으로 균형을 잘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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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