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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불매

by Aphraates 2020. 12. 28.

장사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함이다.

물론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장사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많이 팔고 많이 남기는 이윤추구다.

밑지고 판다는 식으로 상투적인 허언으로 엄살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데 장사가 어떻게든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물건을 안 팔려고 한다면 뭔가는 잘못된 것이다.

비정상이다.

청개구리도 아닌 것을 장사가 물건을 사라 하지 않고 사지 말라고 한다는 것은 그 내막을 살펴볼 것도 없이 슬픈 일이다.

 

지금 우리는 그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겨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다.

불매(不買,No Buy) & 불매(不賣, No Sale)이 판촉이고 영업이 된 것이다.

시장 자유 경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팔아야 하는 경제 순환이 멈추고 덜 생산하고 덜 팔아야 하는 정체 상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산주의의 통제 경제가 진행되고 있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연말연시는 대목이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한 몫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대목이 대목 같지 않은 것을 넘어 황성옛터다.

대목을 가장 기대해야 할 전국 유명 관광지에서는 쉬쉬하면서 손님 받기를 꺼린다.

외지 사람들이 어려움에 부닥친 것을 생각하여 하나라도 팔아주려고 하는 마음은 고마운데 자칫 잘못하다가는 절단 날 수 있으니 제발 우리 동네에는 오지 말라고 읍소를 하고 있다.

정성 들여 재배해 놓은 농작물을 거두거나 팔지 않고 논밭에 그대로 놔 둔 채로 바라보면서 눈물 흘리는 농부의 심정 그대로일 것이다.

 

절전 가두 캠페인

절전 운동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전기를 생산 판매하여 이익을 실현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전력인들이 전기가 부족하여 비상이니 전기 사용을 하지 말자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으니 합리적인 전기 사용 차원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기업과 기업인의 측면에서는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학술대회차 내방한 저명한 석학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절전 운동을 하는 우리를 보고 의아해했다.

전기 판매 사업자가 전기를 많이 쓰라고 판촉 활동을 해야 하는데 왜 전기를 말라고 하느냐며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것이었다.

전기 부족으로 인하여 광역정전이 있을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에 전전긍긍하는 우리야 절전 운동이라도 벌여 소비를 억제시키는 것이 당연하지만 시장 논리에 익숙한 선진국 학자들이 볼 때는 진풍경인 셈이었다.

 

지금 우리는 일그러진 판촉과 영업을 인정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극복해야 할 난제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모두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가 좀 있을 수는 있지만 거대한 바윗덩어리 같은 선진 강대국이나 모래알처럼 힘없는 후진 약소국이나 다를 바 없이 고전 중이어서 어디가 아프냐고 만져줄 여유가 없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세상 그럴 수도 있고, 그보다 더한 것이 없으라는 보장도 없으니 옛날이 좋았다고 껄껄 웃으면서 정면 대응하여 승리하는 길 이외는 방법이 없다.

각자도생의 논리도 필요하고 국력집중의 이론도 필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역량을 모아 공동 대처할 수 있는 것인지 작은 것에서부터 솔선수범하는 정신과 행동이 있어야겠다.

 

졸음 쉼터 한 곳에서 싸 온 빵과 물로 점심 식사를 대신하고 진눈깨비 내리는 지리산 길을 달리는 것이 영 쓸쓸했다.

휴게소만도 인삼랜드, 덕유산, 함양, 산청 네 개나 있는 데다가 중간중간에 톨게이트와 졸음 쉼터가 많지만 들리지 않고 논스톱으로 달렸다.

일그러진 판촉과 영업이다.

졸음도 이기고, 악천후의 길도 조심해야 했지만 그보다는 쉬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고, 돕기도 해야 하는 휴게소를 그냥 지나치는 것이 더 어렵고 마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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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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