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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안전

by Aphraates 2020. 12. 29.

군인은 충성, 필승을 경례 구호로 삼는다.

공직자는 봉사, 공정이라 자부한다.

근로자는 안전, 제일이라 외친다.

 

산업 안전 보건 관련 법 개정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그중의 하나다.

보통 사람들한테는 그게 무슨 법인지 별다른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산업 현장의 근로자와 사용자한테는 아주 밀접하고도 중요한 법이다.

의견이 분분하여 일치가 안 되는 것 같다.

원론적으로는 필요한 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

법을 제정하고(국회), 집행하고(행정부), 판단하는 측(법원)은 물론이고 그와 관련된 근로자와 사용자의 입장도 각기 다르다.

 

쉽게 합의되기 어려울 것 같다.

논란과 갈등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기본과 원칙은 분명하나 이상과 현실 간에 괴리가 있다.

법을 지키면 길을 걷는 것은 물론이고 숨을 쉬는 것도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다는 말과도 통하는 것이다.

법을 잘 아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것보다는 법을 모르는 법치가 되어 돌아가는 대로 사는 것이 편하다고 할 정도로 법의 그물에 갇혀 사는 우리는 너나 할 거 없이 참 어렵다.

 

모든 법이 강화되고 세밀화되는 것은 근로기준법을 위시한 산업 안전 보건 분야의 법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그만큼 복잡다원화되고 삶도 다양해지는 여파이다.

좋든 안 좋든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법망이다.

법망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것이다.

각기 대척점에 서 있기도 하다.

엄격한 법 집행으로 산업 안전을 이뤄야 한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법을 잘 지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자는데 이견이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만 바이블처럼 우뚝 솟아 있는 게 아니다.

이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많은 다른 법들과 연관돼 있다.

산업 안전은 그들과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코로나 정국을 두고 방역을 더 세게 해야 한다는 의사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제재를 풀어달라고 하는 장사가 충돌하는 양상과도 견주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고, 다른 한쪽이 아주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여건과 환경에 따라 둘 다 맞기도 하고, 둘 다 틀리기도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안전제일

이해와 타협과 양보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겠다.

 

안전은 톱다운(Top-Down, ) 이라고 한다.

최고 경영층의 안전 의식과 실천이 우선돼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몇 단계씩 뛰어넘어 숨 가쁜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나라는 차근차근 쌓아온 나라와는 달리 안전 취약점이 많아 안전에 대한 확고한 의식과 시행이 담보돼야 하지 보텀업(Bottom-Up, )으로 아무리 안전을 중시하고 외쳐봐야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론과 실전을 경험해본 안전 전문가적 관점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안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다른 중요한 것도 부지기수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라는 딜레마가 있다.

맞으면 그대로 하면 될 것이지 웬 말이 많냐고 할 수가 없다.

법과 규정과 원칙대로 다 지키면서 일을 하려면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던지면 선뜻 나서서 명쾌한 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난제다.

그래도 방치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해결돼야 할 문제다.

지혜와 슬기가 필요하다.

안전 미비로 불쌍하게 죽어간 금쪽같은 내 아들 살려내라며 삭풍의 거리에서 단식농성하고 있는 부모·형제를 보기도 딱하고, 우리도 완벽하게 하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못 돼서 허둥대는 걸 우린들 어쩌면 좋겠냐고 하소연하는 사업주들 처지도 딱하고, 그런 거 하나 해결하지도 못하고 뭐 하는 것이냐며 동네 강아지 이름 불리듯이 하는 관계자들도 할 말 없고, 백날 머리를 짜고 고민을 해봐도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잘 좀 해보자고 넋두리나 하는 안전 전문가들도 면목이 없다.

 

단칼에 한 방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무력감을 느낀다.

이럴 때는 세상을 탄식하며 소맥 폭탄(燒麥爆彈)이라도 투척하는 것이 제격인데 코로나가 버티고 있어 그러지도 못하고 꿈 깨야 한다는 소리나 뇌아려야 하니 답답함만 더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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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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