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 조끼를 입었다.
마스크와 안전모와 안전화 차림이다.
세심한 관찰을 위한 쌍안경과 비상시 불 호루라기를 목에 걸었다.
서류철과 업무 노트를 들었다.
등짐 지듯이 무거운 장비를 메고 철탑에 올라가 일하시는 분들만은 못해 도 제법 나가는 무게다.
셀카 사진으로 보니 마치 전방 동두천 지역 감악산 자락 유격장에서 유격받을 때 화생방 훈련을 하는 모습이다.
중요하고 위험한 공정이 진행될 때는 온 종일 고개를 바짝 들거나 앞을 주시하며 현장에 서 있는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날씨는 흐렸다 어뒀다를 반복하더니 오후에 반짝했다가 비가 오려는지 바람이 스잔하고 잔뜩 찌푸렸다.
중장비를 동원하여 고소에서 중량물 작업을 하는데 비가 주룩주룩 안 내리기 천만다행이다.
일은 전문가들이 계획대로 잘들 하고 계신다.
시공과 안전 사항에 대해서는 TBM(작업전 현장 안전회의)에서 몇 번이고 강조하였으므로 그 정도면 된다.
사전 조율된 것이지만 재차 강조하는 차원에서 하는 교육과 훈련이다.
현장은 가급적 현장대리인한테 권한을 부여하고 시행토록 한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관리 감독자가 현장에 지켜 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자칫 잘못 하면 한 성깔 하는 작업자한테 무안을 당할 때도 있다.
자잘한 것까지 간섭하면 그럼 잘 알고 잘 하는 댁이 알아서 하라며 연장 집어던지고 가버리면 낭패에 직면할 수도 있다.
현장에 상주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현장을 주의 깊게 관리 감독하면서 뭔가 미흡하거나 개선해야 할 것이 있으면 일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좋다.
그 좋은 것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
몸과 맘이 고달프다.
점심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보니 발이 붰다.
머리도 고생하지만 발도 고생하는 것이다.
불편하기도 하고 걱정도 됐다.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평소처럼 간단하게 마사지를 하면서 풀어줬더니 훨씬 가벼워졌다.
감리단장에게는 오늘이 대목이다.
돈을 많이 벌어 싱글벙글하는 반가운 그런 대목이 아니다.
여러 가지 수행 업무가 있지만 오늘 같이 중요한 공정이 이루어지는 날이 대목이다.
신경을 쓰고 능력을 발휘하여 완벽 시공이라는 소규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반가우면서도 긴장되고 어려운 대목이다.
맞이한 대목을 잘 지내야겠다.
이번 주말과 주일도 현장에 상주해야 한다.
또한 7월 초순까지 3단계에 걸쳐서 진행될 마무리 공사도 그렇다.
개인 일과 성당 일도 있어 머릿속에 어른거리지만 잠시 잊기로 했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여러 판을 벌려 대목을 보려면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대목이 될 것이다.
사고와 부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정리를 했다.
개인사는 데보라, 성당 일은 임원 분들, 또 다른 일들은 후순위로 미뤘다.
여러 곳에서 함께 대목을 맞으려고 하다가는 과부하가 걸리고 복잡해져 일도 안 되고 몸과 맘만 상하니 하나에 전념하자는 것이다.
그리 하는 것이 자기 몫을 하는 것이고, 자기 밥값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인데 미진한 것은 추후에 생각하고 처리해도 될 것이다.
어려운 작업을 끝낸 작업원들이 일찍 나가셨다.
쉴 수 없는 토일 요일도 감안해야 하고, 월요일부터 계속되는 작업도 생각하면 쉴 때는 푹 쉬어야 좋다.
조용한 현장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사무실에서 일과를 정리하노라니 여긴 피곤하고 쓸쓸한 것이 아니다.
데보라는 30주년 행사 지원차 대전에 가고, 사람들은 다 숙소로 가고, 발전소는 팡팡 돌아가는데 퇴근하면 뭐 하나를 생각하니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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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