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은 마당에 줄 하나를 드리웠다.
왼쪽으로 갈 것인지, 오른쪽으로 갈 것인지 가리려는 것이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이럴까, 저럴까 망설였다.
시급한 것은 아니니 갈팡질팡은 아니다.
간 보기도 아니다.
좋게 생각하면 여유만만이고, 안 좋게 생각하면 우유부단이다.
가볍게 생각하다가 뒤통수 한 대 얻어맞았다.
잠시 머리를 굴리며 유불리를 염두에 두고 멈칫거리다가 꼼짝달싹 못 하는 대못을 맞았다.
좋고 안 좋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연휴는 두문불출하기로 했다.
그 모드에서 대체재로 잔잔한 일들을 생각 중이었다.
코로나 방역 지침 어긋나지 않고 또,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돌파구를 고민한 것이다.
그런데 말짱 도루묵이 돼 버렸다.
이불 들써 쓰고 고심하던 것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동 중의 행보로 먼저 치과에 갔다.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거기서 회심의 일격을 당했다.
치통은 잠깐 치료만 받으면 거뜬해질 것 같아 토요일 예약 첫 환자로 치과에 들어섰다.
처음부터 기운이 이상하더니 대반전이 일어났다.
수간호사님한테 환하게 웃으면서 제가 왔노라고 인사를 했다.
대전과 삼천포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는 곧바로 진료 절차에 들어갔다.
환자가 증상을 설명했다.
왼쪽 맨 끝이 본 치아인지 임플란트인지 모르지만 잇몸이 불편했다.
잇몸 치료제를 좀 복용했더니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한 번 살펴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왕림했다.
설명이 끝나자 뭔지 알았다는 듯이 먼저 엑스레이를 찍었다.
이어서 지정석에 앉아 기다리자 원장님이 오시어 인사를 나눴다.
앞의 모니터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지금 치통은 사진에서 보듯이 이를테면 임플란트가 풍치에 걸려있는 양상이라서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붜 아픈 것이라 하셨다.
물어볼 것도 없이 마취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듣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드르륵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한참 동안 치료를 받았다.
치료 후에는 담당 간호사 선생님이 주의 사항을 설명해주셨다.
염증이 심해 제거 후에 봉합 시술을 하고 임플란트는 빼놓았으니 불편하시더라도 조심조심 사용하시다가 다음 주나 다음다음 주에 내원하라 하셨다.
마취가 풀려 멍멍해진 볼테기를 만져가면서 집으로 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상큼한 기분으로 가볍게 들어갔던 치과에서 시달리고 걸어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만무하였다.
이럴까 저럴까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다.
기분 좋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못마땅했다.
매장 개장 시간이 다가오자 고객인지 직원인지 모르는 많은 사람이 느긋하게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심통이 나 “팔자들 좋으시구려” 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집에서 푹 쉬는 것으로 한 주간의 피로를 풀자.
연휴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자는 당국의 권유를 따라 소슬하나마 애국애족의 길을 가자.
자발적이 아니라 치과의 철퇴로 인한 타의적인 것이긴 하나 청개구리처럼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니니 보통 사람으로서의 기본은 하는 것이라 자신을 위로하자.
http://www.facebook.com/kimjyyfb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