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용궁 시장에 가보면 싱싱한 활어 세상이다.
그뿐이 아니다.
활어는 아니지만 얼음에 쟁여진 선어가 지천이고, 해풍에 꼬들꼬들하게 말린 건어물 천지다.
육고기나 야채와 과일도 마찬가지이지만 생선은 뭐니 뭐니 해도 신선도가 생명이다.
하나를 먹더라도 눈이 말똥말똥한 생태를 먹어야지 눈이 희멀건 동태를 먹으면 맛이 덜하다.
생선의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부와 어상은 물론이고 배달꾼과 소비자들도 많은 투자를 하고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를 다루는 사람은......,
역시 사람도 싱그러워야 좋다.
구닥다리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싱싱 가라만은 못하다.
물론 싱그러운 청춘은 한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지라도 청춘의 기운이 청춘 전이나 후에라도 유지돼야 원숙하고 풍요로운 삶이 유지될 것이다.
채널을 돌리다가 노래하는 가수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프로는 유명 프로인데 가수들이 못 보던 가수들이었다.
누구인지 모르다가 자막에 나온 가수 이름을 보고서여 알았다.
지난해 인기리에 마감한 경연대회 출신 신인들이었다.
벽이 높을 거라는 것은 좀 예상은 했지만 잘 살리면 좋은 가수로서 성장하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본 무대에 나와 기성 가수들처럼 꾸며지다 보니 싱싱함이 식상함으로 되는 것처럼 영 안 어울렸다.
실망스러웠다.
개인 특성을 살렸어야 하는데 프로와 무대에 맞추다 보니 삼촌 양복을 입고 나온 조카처럼 어색해 보였다.
저러다가는 참신성과 상업성은 물론이고 존재감까지도 위협을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인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싱싱함을 살리지 못했다.
머리 스타일과 얼굴 화장도, 옷과 액세서리도, 표정과 제스처도 처음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사진 원판이 심하게 포토샵 된 것 같았다.
각색이 너무 짙었고, 너무 많이 꾸몄다.
자기 노래가 없으니 한 다른 가수 곡의 선곡도 안 맞고, 자기 취향이 아닌 노래에 맞춘 가창력도 안 어울렸다.
억지 춘향 같아 보기가 민망했다.
전국 경연대회에서의 모습이 훨씬 나았다.
기왕 들어선 판이니 잘해야 할 텐데 성공하려면 많은 노력하고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았다.
각색의 역효과다.
그게 한계일 수도 있다.
공들인 각색이 안 어울리고, 기량을 맘껏 발휘해보겠다고 야심 차게 나선 것이 오버일 수도 있다.
팬들은 처음 나올 때처럼 이기를 바라는 데 좋게 하려고 만지고 고친 것이 오히려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퍼스트 임프레션(First impression, 첫인상)대로 자연스러운 게 좋다.
나이 들고 성장할 때 그를 잘 다듬어 변모할 필요가 있다.
각색은 중요하다.
잘하면 졸작이 명작이 될 수 있지만 잘 못 하면 명작이 졸작이 될 수도 있다.
편곡을 잘해야 한다.
잘하면 부서지는 소리도 심금을 울릴 수 있지만 잘 못 하면 아름다운 선율도 개 끌어가는 소리가 될 수 있다.
196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두 소녀 가수 M과 J가 떠올랐다.
미당 선생과 엇비슷한 연배다.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가수로서 조금 활동하고 있다.
둘은 화려한 무대만큼이나 파란만장한 개인 이력을 갖고 있다.
원만치 않은 인생 역정이라 평가받는 데는 첫인상을 잘 살리지 못한 실수도 있어 보인다.
소녀가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하고, 옷을 치장하고, 목소리와 기법을 달리하다 보니 원본이 훼손되어 그저 그런 길을 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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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