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그냥 원조가 아니다

by Aphraates 2021. 9. 26.

정년퇴임을 하는 후배님을 축하하기 위하여 다른 후배님들과 만찬을 한 적이 있다.

같은 사업소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간부 동료들이었다.

대부분이 OB였고, 마지막 한 YB였다.

그만큼 세월이 갔다는 이야기이다.

기분 좋게 한잔하고는 후식을 즐기면서 이번에는 내가 계산하겠노라고 하였더니 묵묵히 바라만 보았다.

그래서야 하겠느냐는 표정들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에 다음 노땅인 OB 후배님이 웃으면서 그냥 기술사가 아니라며 박수를 리드했다.

맏형으로서 당연한데 아우님들이 그리 좋아하니 오히려 미안했다.

그런 것은 아니고 하면서 말을 흐렸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는 그림이 참 좋았다.

이해관계를 따질 것도 아니고, 상하 관계를 기억할 것도 아니고, 누가 더 여유롭고 부족한 것인가를 가릴 것도 아니다.

형님 아우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족하니 밥 한 끼 사고 함께 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을 가질 것이 아니다.

하나하나 빈틈없이 계산해야 한다면 만나는 것은 고사하고 전화 통화하는 것도 불편하니 아예 남남인 편이 나을 것이다.

 

그냥 원조가 아니다.

주말에 올라가고 내려올 때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이름난 곳곳을 다니다 보니 그 명성이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곤 한다.

특히 그 지역 별미를 맛볼 때 그런 생각이 든다.

길을 가다가 들려서 한 번 먹는 사람 관점에서야 아주 좋았다며 배를 두드리는 것으로 끝이지만 그런 전통 있는 토속 별미를 지켜내고 많은 사람의 칭송을 들을 때는 얼마나 큰 노력과 정성이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순천 꼬막 정식, 여수 돌산 갓 국수, 목포 삼합, 진안 회심 두부, 담양 떡갈비, 남원 추어탕, 지리산 인월 어탕, 전주 비빔밥, 대전 칼국수, 청주 묵밥, 단양 마늘 갈비, 옥천 국수, 삼천포 장어, 사천 짜장면, 진주 냉면, 밀양 돼지국밥, 부산 해운대 갈비, 포항 물회......, 그것들이 그랬는데 어제의 마산 아구찜 역시 그랬다.

 

예전부터 마산 아구찜, 마산 아구찜 하는 소문이 있었다.

현역 시절에 창원에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생선회는 종종 먹었어도 마산 아구찜을 먹을 기회는 없었다.

어제는 주말 나들이로 진해 영길만 황포돛대 노래비와 창원 전기연구원으로 드라이브 스루했다가 마산 수출자유지역 인근에 있는 오동동 아꾸찜 거리의 전통 식당에 들러 아구찜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냥 원조가 아니라는 말이 나오고도 남았다.

간단한 밑반찬에 푸짐한 아구찜 하나로 그 명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둘이 먹을 만큼 넉넉한 양의 생 아구찜 한 접시가 2.5만원으로 가성비가 좋았고, 콩나물과 미더덕을 곁들인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저 정도는. 아, 저 정도로는.  (0) 2021.09.28
  (0) 2021.09.27
이거 왜 이렇지  (0) 2021.09.25
전문의  (0) 2021.09.24
흉내  (0) 202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