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일감이 밀렸다.
어제는 공(空)감이었다.
어정쩡한 하루였다.
어떤 빌미만 주어지면 방아쇠를 당겨 총알이 나갈 것이고, 무슨 건수만 생기면 못 이긴 척 하고 행동에 들어갈 태세였는데 이도 저도 아니어서 뭉그적거렸다.
이것 저것 따질 거 없는 하이킥(High Kick, 높이 걷어참)도 아니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하고 망설인 것도 아니었다.
여유만만으로 멍때리기를 하면서 유유자적한 것도 아니었다.
피로 누적으로 심신이 괴로워 신음한 것도 아니었다.
두문불출과 식음 전폐였다.
온종일 방콕은 아니되 집콕 신세였다.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밖에서 밀린 일감 때문에 지친 몸과 맘이었고, 집에서 겨우살이와 삼천포 철수 준비를 해야 할 것도 있어서 현관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뭉개면서 표 안 나는 일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글 올리는 것과 칠갑산 아그들 대화방에 잠시 인사를 한 것 이외는 sns나 전화도 안 찾았다.
바람을 잡고 일감을 찾아 나설 수도 있겠지만 무리를 할 것은 아니었다.
조용히 있을 때는 그대로 있어 주는 것이 자신에게 대한 자존감이고 이웃에게도 예의라는 생각에 답답하거나 부담스럽진 않았다.
오늘은 신(信)감과 도(道)감이다.
일부러 일감을 안 만들어도 저절로 만들어지는 감이다.
아침 미사 참례를 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형제자매님들과 함께하고 이내 대전-통영의 지리산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삼천포로 내려갈 계획이다.
3년에 걸쳐 백 번 이상 왕복하면서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주마간산이긴 하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 곳곳을 지나쳤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숨겨진 길이 있을 것이다.
남녘도 단풍이 다 끝났을 테니 그를 기대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조금 남은 단풍에 낙엽이 이리저리 나뒹구는 산길을 달리는 정취도 참 좋은데 어느 길이 있을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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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