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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십 분의 구

by Aphraates 2021. 11. 15.

주인) 거저 받았으니 거저 줘라.

하인) 거저 받은 것은 아니고 저의 고춧가루도 좀 묻었으니 반타작으로 하시지요.

주인) 하나를 주면 열을 얻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욕심부리지 말고 화끈하게 줘라.

하인) 그거는 성인군자나 가능한 것이고요. 부자지간에도 계산은 명확히 하라고 했는데 제가 더 양보해서 4:6으로 하시지요.

주인) 대장부가 쫀쫀하게 그러지 말고 줄라면 화끈하게 줘라.

하인) 저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다 주라 하시면 너무 하시는 거 아닌가요. 저는 그리지는 못 하니 3:7로 하시지요. 그 이상은 절대로 안 됩니다.

 

주인과 하인이 재산 다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안의 양심적인 암투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오복음10.8)

이 성경 말씀에 관해서다.

다른 말씀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으로 공감을 한다.

문제는 선뜻 동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결단을 촉구해보지만 매번 미완으로 끝나고 흐지부지되어 잊고 지내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공동체 재정 형편이 참 어렵다.

예산과 결산 현황을 살펴보니 15년 전에 총회장으로 봉사할 때와 현재가 엇비슷하다.

물가 상승과 사회변동을 감안하면 적어도 그 1.5배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은데 그때나 지금이나 답보 상태다.

늘 마이너스 재정이다.

거기에다가 코로나를 맞이해서는 어려움이 더욱더 가중되고 있다.

 

어려운 것은 나라도 백성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출은 역대급으로 잘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내수 경기는 부진하여 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단다.

곳간은 한정돼 있는데 여기저기서 도와달라고 한다.

생각 같아서는 큰아들이 동생들을 책임지듯이 돈 잘 버는 부자들한테 돈 못 버는 빈자들을 맡으라 강요하고 일정 시행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언 발에 오줌 눕기다.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고 했는데 자기가 나라님이 되면 모든 걸 한 방에 해결하겠다는 듯이 나온다.

나름대로 한다고 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잘한다는 격려의 소리는 없고 못 한다는 질책의 소리가 요란하다.

그게 책임과 비판의 속성이긴 하나 일이 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한다.

누가 책임을 맡아도 공과는 있기 마련이니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식으로 휘둘려서도 안 되고 흔들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다른 공동체도 어려울 것이다.

주변 여건이 열악해진 우리 공동체이기에 어려움이 더 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모두가 반성해야 점들이 많다.

콩알 하나도 쪼개 나누고, 김치 쪼가리 하나도 안 남기는 식으로 알뜰하고 검소한 공동체다.

겉보기에는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지만 속병을 앓고 있다.

잔병치레는 종종 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잔 매에 장사 없다는 격언을 가벼이 넘길 것은 아니다.

 

어제도 충격이었다.

반성도 됐다.

어찌해야 할 것인지 깊이 생각도 했다.

어느 한 사람이나 몇몇만의 열의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공동체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헤쳐나가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생각은 있지만 행동이 안 되는 게 그 문제다.

 

주일 미사 강론에서는 십 분의 구(9/10)는 자신을 위해 쓰고, 십 분의 일(1/10)은 자신을 위해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이웃을 위하여 쓰도록 하자고 강조하셨다.

이어서 공지 시간에는 총회장님이 어려운 재정 보고를 하시면서 어렵지만 조금만 더 공동체를 위해서 협조해달라는 말씀과 함께 참여하지 않고 계신 교우님들의 참여를 부탁드렸다.

성경 기준으로 수입의 1/10이 의무이지만 그게 어려우면 최소 권장으로1/20, 최소 봉헌으로 1/30은 해 주시라고 수치를 제시하셨다.

 

신앙과 현실의 괴리에 어려운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행할 일이다.

 

9/10는 너무 많다.

1/10은 너무 적다.

그런데도 안 된다.

심기일전해야겠다.

투캅스에서 부정부패의 달인인 경찰관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수입이 생기면 십일조를 떼놓고 보던 이율배반적인 연기를 리얼하게 하던 안() 배우처럼 십일조는 생각이든 행동이든 못 박혀야 하는데......, 결론과 시행은 장담하지 못 하고 결국은 유구무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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