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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똘똘한 한 주

by Aphraates 2022. 1. 20.

압구정동 구현대 5(1976), 36평형, 33

압구정 아파트 시세가 이렇다.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찾아보았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다.

똘똘한 맏이 장남 또는 장녀 하나가 가문을 일으키고 지탱한다는 것과 비슷하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

1970년대에 미당 선생이 서울을 오가면서 버스 창을 통해 보던 아파트다.

한남동에서 제3한강교를 건너다가 보면 왼쪽으로, 말죽거리 양재동의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여 강북으로 들어서다가 보면 오른쪽으로 누런 병풍처럼 드리워져 보이던 아파트다.

유력 인사들한테 로비 선물로 줬다고 하여 말썽이 일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게 언제인가.

반 세기 전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과 도시 모습을 생각하면 그 정도 오래된 아파트라면 벌써 허물어지고 송파의 롯데 타워는 몰라도 여의도 63빌딩 정도로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섰어야 제격일 것이다.

한데 그런 고물짜 아파트가 어떻게 오늘날까지 똘똘한 아파트의 대명사처럼 돼 군림한다는 것인지 신기하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확인해 볼 것도 없이 우리나라 최고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고 보면 된다.

 

압구정 동네는 강남 3(강남, 서초, 송파)의 선두 주자다.

부자 동네라고 하면 종로구 청와대 일원과 평창도, 용산구 한남동과 동 서빙고동, 영등포구 상도동이라고 하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신흥 부자 동네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되어 여타 동네를 제압하고 이제는 묵은 장()이 그윽한 한류의 맛을 발휘하는 것처럼 갈수록 인기와 진가를 더해 가고 있다.

 

똘똘해도 너무 똘똘하다.

똘똘하지 못한 것과 너무 비교가 된다.

1995년도에 입주한 대전의 32평형 향촌 아파트가 6억 남짓이다.

대충 계산해봐도 압구정과 둔산동은 5-6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도농(都農)간에 경향(京鄕)의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 정도 차이도 많이 봐준 것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안 나는 것을 다행이나 불행으로 여겨야 한다니 걸쩍지근하다.

 

똘똘한 놈 몇만 골라 와라.

이는 압구정과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궁정동 안가에서 나온 말이다.

 

똘똘한 한 주라면 그도 훌륭하다.

이는 사상 최대의 경쟁률이자 공모금과 공모자가 몰렸다는 L 배터리 회사의 공모 청약 기사다.

액면가 5,000원짜리가 300,000만 원에 공모된다는데 그도 만원사례다.

60배의 웃돈이 붙어서 태어나는 것인데 그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 주라도 받는 사람은 기분학상으로 좋을 것이다.

그 회사는 삥땡에서부터 광땡까지 다 잡은 격이고, 몇 회에 걸쳐 로또 1등 당첨된 것 이상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것이다.

쌓아 온 명성을 넘어 가만히 앉아서 벼락부자가 되는 것이다.

수많은 일개미가 왕개미 하나를 옹립하는 모양새 같기도 하다.

일개미도 행복할 것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한 주라도 받은 것이 그렇고, 상장 후에는 시가부터 그 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기대가 된다.

기왕 되는 거 백 주나 천 주라도 손이 작아 못 받는 것은 아니거늘 고작 한 주라는 것이 불만이긴 하나 약간의 발품을 팔아 100%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이재의 달인으로 등극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니 기쁘지 않으면 정상이 아닐 것이다.

 

그럼 미당 선생도 한 번 동승해볼 걸 그랬나.

맘은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돈 싫어한다면 어폐가 있고, 돈이 되면 움직여야지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돈 여유가 없는 것은 30만 원을 가진 사람이나 30억 원을 가진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그 부족함을 메꾸기 위하여 그런 수고를 하여 그 정도 수익을 내는 것이 효율성이 있는 것인지, 미당 선생 실정에 부합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한 주를 위하여 선뜻 나서서 열심히 뛰는 것이 정답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똘똘한 놈도 살고, 똘똘하지 못한 놈도 사는 세상이다.

똘똘하지 못한 놈이 똘똘한 척한다거나 그 대열에 합류하려고 하다면 반대로, 똘똘한 놈이 똘똘하지 못한 척한다거나 그 대열에 합류하려고 한다면 음양의 조화가 깨져 양측이 다 손해라는 것을 아는 모두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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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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