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복고풍이 대세인 것 같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은 똘똘하고, 하루가 다르게 뉴패션인 현대에 옛날로 돌아가는 복고풍도 옛것을 그리워하는 인간 본성의 귀환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방향이 맞는 것인지는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옛날에 이 길은......, 라는 노래를 좋아하고, 송구영신일지라도 옛것은......, 라는 카피에 고개를 끄떡이는 미당 선생의 취향으로 봐서는 복고풍을 환영하는 바인데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더욱더 심도 있는 연구와 관찰이 필요할 것 같다.
밥솥을 바꿨다.
어제 아침에 아침 시간에 차려진 상에 마지막으로 밥을 퍼오면서 데보라가 한마디 했다.
몇 번인가 AS를 받아 그럭저럭 썼는데 이제는 완전히 맛이 갔는지 밥이 잘 안 된다고 푸념을 한 것이다.
서방님 취향으르 따라오면서 여간해서는 물건 탓을 하는 것이 뭔가 큰 문제가 있는가 보다 하고 밥을 받아 한 숟가락 떠보니 그런 소리를 할 만도 했다.
밥솥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밥이 꼭 월남 밥 같다고 하였더니 정말 그렇다면서 오늘 밥솥 하나 다시 사야겠다고 하였다.
그러자면서 쓰던 밥솥은 내가 깨끗하게 씻어 말려 놓을 테니 다음에 AS를 받던지 폐기하든지 하라 했더니 내(內) 솥 코팅한 것이 누룽지처럼 일어나 누구한테 보이기도 창피하다고 했다.
수백 되는 밥솥 안을 코팅했다는 것이 이상했고, 기왕 코팅하는 것이었다면 안 일어나게 했어야지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한 상태에서 이상하다며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했다.
점심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당장 저녁이 문제이니 살 것 같으면 빨라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둘이서 바로 집 뒤에 있는 하이마트로 갔다.
밥솥도 제품별로, 크기 별로, 디자인 별로 다양하게 있었다.
밥솥은 데보라 소관으로 전적으로 행사할 사안이어서 요모조모로 살펴보는 사람 뒤에서 영업장 안을 죽 흩어봤다.
단골이지만 더 이상 살 것이 없어 아니, 있는 구식으로도 불편 없이 사니 신제품을 찾을 일이 없어 들른 것이 한참 돼서 그런지 별의별 것들이 번쩍거리며 자리하고 있어 보기가 좋았다.
결정했는지 판매원한테 이거로 하나 달라고 하여 보니 현재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제품이었다.
진열 상품 아래에 “기획상품”이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겉보기에는 같지만 뭔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어 업그레이드시켰나보다 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데보라 왈.
제품은 같은 것인데 오래전에 신상이라고 하여 삼십만 원 넘게 준 것 같은데 기획상품으로 출시된 것이 그때 가격보다도 낮은 이십만 원 중반대라는 것을 보니 of 것은 빼고 하여 기능을 단화한 것 같다고 했다.
편리하고 복잡한 기능이 있는 최신 제품이라도 쓸 줄 모르거나 귀찮아서 그런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딱 맞는 제품인 거 같다며 웃었다.
그러니까 기획상품이라고 새로 출시된 것이 첨단 고급화된 것이 아니라 옛날 찐빵 식으로 복고풍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 것을 찾는 손님들이 있어서 이것도 빼고 저것도 빼고 하여 값을 내린 다음에 신상(新商)이라고 내놓은 것인데 잘된 영업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해주겠다는 판매원의 친절함을 사양하고 낑낑거리며 들고 왔다.
포장을 해체하여 사용하도록 해주었다니 데보라가 바로 시험 밥 짓기에 들어갔고, 미당 선생은 기존 것을 샤워기로 물을 뿌려가면 깨끗하게 닦아 베란다에 펼쳐 놓았다.
속의 절연물에 습기가 들어갔을 텐데 몇 날이고 바람과 햇볕에 충분히 건조해줘야 Y 종 절연 90℃는 유지하게 될 것이다.
밥 돼가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데보라가 그렇구나 하면서 설명을 해주는 데 그런 것 같았다.
밥솥을 열거나 닫으며 밥을 시작한다거나 밥이 잘 됐다고 알려주던 안내가 없이 삐 소리 내는 것으로 대치돼 있다면서 다른 기능도 더 줄었을 텐데 뭔지는 모르겠다며 우리가 바라던 바로 그런 제품이라며 좋아했다.
크게 감소한 것은 아니나 작동할 때마다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아가씨 소리도 안 들려 그만큼 소리 공해를 줄인 폭이었다.
복고풍을 생각해본다.
복고풍이 과도한 편이다.
좀 자제됐으면 한다.
과거 경험이 소중한 자산인 것이 분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래 도전도 소중하다.
초근 들어 과거 회귀가 좀 심한 것 같다.
국제 정서는 한반도를 놓고 열강들이 각축을 벌이는 양상으로 되돌아가고, 정치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사색당파 형국이고, 인간 존중은 사농공상 제도 부활로 침해당하는 모습이다.
이럴 때는 수레를 끄는 세대에 수레를 미는 세대가 유별해야 하는 그림이 되어야 하는데 말만 요란한 왁작지껄의 장이다.
훈수꾼은 늘어나고 선수는 줄어들어 거꾸로 가는 자세다.
노사가 최저임금 협상에 밤샘하고 있는데 대기업은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하여 월급 빼고는 다 올랐는데 그에 대한 대책은 못 내고 또다시 근로자의 희생을 강요하느냐며 거세게 부딪히는 대결이다.
왕 장관의 소신, 국무총리의 비서, 검찰과 경찰, 국정원장의 방송 패널, 친명과 반명, 윤핵관과 비핵관, 간장 한 사발과 청와대 시계, 부정부패와 갈등분란......, 여기저기서 신구 대결이 복고풍으로 일고 있다.
크게 걱정은 안 한다.
혼란 중에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믿는다.
그래도 구(舊)는 뒤로 물러서고, 신(新)은 앞으로 나섰으면 한다.
그리하여 입어도 입어도 헤지지 않아 버릴 수 없는 구닥다리에 새로워도 새로워도 양에 차지 않아 바꾸는 신가라가 잘 조화를 이루어 일당백으로 에스컬레이션 (escalation, 상승)되는 우리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Ralf Bach - Summer Rain (여름비)
(Instrumental - Newage, 뉴에이지연주곡) (1999), 다음
올해 반이 끝나는 날이자 새로운 반을 준비하는 날이다.
문제가 많기도 하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바로 해결해야 한다.
묵히면 광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썩은 술이 된다.
자기 분수를 지키고 자기 위치를 지키며 자기 할 일을 했으면 좋겠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념을 실천하는 것이면 더 좋겠다.
남루한 옷차림으로 다 해진 가방 하나 들고 일터로 나서는 머리 허연 올드에이지(Old Age, 구세대)는 어찌해야 하고, 날렵한 옷차림으로 뉴패션의 가방을 메고 나가는 머리 새까만 뉴에이지(New Age, 신세대)는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뒤돌아보면서 앞으로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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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