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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그래도 평일 점심은

by Aphraates 2022. 11. 26.

지난주에는 12회 모임 날짜 결정하는데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주일로 정하느라 육() 회장님이 고민하시고, 며칠 전에는 문화동 송년회 때문에 최() 회장님이 진땀을 흘리시다가 결국은 신년회로 미루었다.

오늘은 칠갑산 월례회 때문에 옥신각신이었다.

미당 선생이 포문을 열었다.

직장인들이 점심 미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모임할 날짜와 요일과 시간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유한마담들 정심 계 모임하는 것처럼 평일 점심이냐며 우리가 그러기에는 아직 좀 이르지 않느냐고 강하게 나왔다.

하지만 말빨이 잘 안 섰다.

누구는 시간이 남아서 꼬박꼬박 모임에 참석하는 줄 아느냐며 천장 받는 소리 안 들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몇 명 안 되는데도 모임 날짜 잡기가 쉽지 않다.

매번 날짜 조율하느라고 김() 회장님이 욕본다.

정해진 날짜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점심인데 사정에 따라 주말이나 주일 그리고, 점심이나 저녁으로 운용해보기도 하지만 몇 안 되는 회원중에 누군가는 불편을 호소한다.

 

날짜를 변경하자는 의견이 또 나왔다.

각기 사정이 다르다.

상황 정리와 의견통일이 잘 안 된다.

 

별의별 이유가 다 있다.

누구는 손자()를 시간에 맞춰 돌봐야서 주말 저녁이 좋다.

누구는 주말과 주일에 자식들이 오니 평일 점심이 좋다.

누구는 출근(출장)이니 평일 저녁이나 주말(주일) 점심이 괜찮다.

누구는 야간 운전은 못 하니 저녁은 사양한다.

누구는 대외 활동이 있어 평일보다는 주말(주일)을 원한다.

누구는 우리 집 강아지 돌보느라 어떤 날에도 참석이 불가능하다.

누구는 나는 그런 모임 자체가 싫으니 안 간다.

누구는 누군가와 함께 하면 불편하니 그가 오는 한 못 간다.

누구는 누가 날 픽업하지 않으면 발 아파서 가기 싫다.

누구는 그날 몸이 안 좋을 거 같으니 삼간다.

누구는 천신만고 끝에 정한 날인데 가타부타 말이 없이 행방불명이다.

누구는 우여곡절을 겪은 약속날짜인데 엉뚱한 곳에 가 있으면서 오늘이 그날이냐며 펑크를 내고는 되레 화를 낸다.

누구는 어제까지만 해도 꼭 참석하다고 하더니 옆 집 애가 안 간다고 해서 자기도 안 간다.

누구는 예년에 하던 날에 그 집으로 갔더니 썰렁하여 총무한테 물어보니 사정이 있어 갑자기 바꿨다 하여 황당하다.

 

말이 많다.

다 틀린 말이 아니다.

조율이 어렵다.

자주 그런 토론을 하지만 뚜렷한 결론없이 엉거주춤으로 끝난다.

자기를 포함하여 다들 속 터진다.

자기 사정은 급하고 남의 사정은 별로 안 급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일일이 감안하고 배려해야 할 일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기가 힘들어 핑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참석 여부는 맘이 중요하지만 맘은 굴뚝같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모임 자체로 보면 한 사람이지만 한 사람이 볼 때 다른 모임이 많을 수도 있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거 하나 못하느냐고 비난할 것이 아니다.

 

어떤 모임이든 많은 인원의 참석을 위해서는 주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참석하라고 사정하거나 강요할 것도 아니다.

각자의 삶이다.

참석자들의 의지와 협조도 필수다.

나이 들수록 이런저런 모임에 빠지지 않고 나가서 잘 먹고, 잘 싸고, 잘 얘기하면 그게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다면서 주제넘게 여기저기 너무 쏴 다녀서는 안 되겠지만 스스로를 옥죄며 두문불출하거나 대인 기피증에 걸려서도 안 되겠다.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부단한 자기 성찰과 정성이 깃들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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