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공원 새벽 산책을 하고 아파트 상가 지하 이발소로 갔다.
김밥집과 떡집이 분주했다.
대형 슈퍼와 옷 수선 집과 이발소는 문 열기 전이서 조용했다.
긴 통로를 오가며 죽 쌓아 놓은 생필품과 식료품들 상자를 보노라니 눈에 들어오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들도 많았다.
8시가 되기 전에 이발소 사장님이 나오셨다.
문 여는 시간을 아실텐데 왜 그렇게 일찍 나오셨냐고 하였다.
현장에서 새벽 6시에 출근하는 버릇이 있어 좀 일찍 나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였더니 뭔지 알겠다는 듯이 웃으셨다.
데보라는 치과로 갔다.
가기만 하면 한 뭉텡이씩 필요할 정도로 약해진 치아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 치과에 들렸더니 다들 반겨주시며 예상보다 심각한 데보라 치료 상태를 설명하시면서 고생좀 하셔야겠다면 응원해주시라고 하셨다.
아프더라도 참고 마무리 잘 하고 집으로 가라 하고는 시청 옆 O 예식장으로 갔다.
문화동과 삼성동 학교 후배이자, 직장 동료이자, 현재 같은 소속사에 근무하고 있는 K 위원장의 여식 결혼식이다.
함께 하시던 OB들이 많이 오셨고, YB들도 더러 보였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서로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오늘의 결혼식은 후배한테 매우 중요한 결혼식일 것이다.
선배한테도 아주 의미있는 결혼식일 것이다.
날이 갈수록 동료들의 자녀 결혼식은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늘 결혼식은 거의 막내급 동료들의 2세들 결혼식인 셈으로 그도 얼마 안 남은 듯 하다.
나머지는 제 부모들이 자기들끼리 다 알아서 할 것이다.
3세인 손자 손녀들 여의면서 할배 할매를 초청하진 않을것이다.
점심은 다른 약속이 있어 귀가하였다.
향촌길을 통하여 갤러리아 백화점에 들어섰다.
시청에서 향촌 집으로 돌아오는 지름길이다.
고객이기를 포기한 지 오래인 동네 백화점이 어찌 변햤는지 보고도 싶었다.
들어서니 전과는 다르게 리모델링을 했고, 층마다 매장 배정도 달라진듯 했다.
1층 해외 브랜드 명품관 중앙을 통해 나왔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길이 쓸쓸했다.
갖고 싶어하던 R시계 코너도 지나쳤지만 별 호기심이 없었으니 다른 코너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축하해할 경사의 결혼식도, 눈이 휘둥그래질 명품도 멀어져간다.
남은 것은 초청하지 않아도 찾아뵈어야 할 애사에 끝까지 써도 잘 가 대물림할 듯한 낡은 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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