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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부곡 하와이

by Aphraates 2023. 9. 27.

부곡 하와이에는 여러 번 가봤다.

인기 좋은 관광지여서 다들 선호하는 편이었다.

한창 주가를 높이며 깃발을 휘날리던 1980년대 초에는 회사 연수와 세미나 차원에서 다녔다.

열기와 인기가 좀 움찔하던 1990년대 초에는 VFT(급준파) 연구를 위하여 영산 있는 창녕변전소로의 출장과 개인(단체) 여행 차원이었다.

여행 차원일 때는 바지만 걷어 올리고 있으면 그게 나비가 꽃을 찾는 신호가 되어 성사가 잘 된다고 했다.

우리도 한 번 그래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호기심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다리를 걷어본 적은 없고 거대한 실내 수영장에서 벌어지는 당시로서는 웅장한 쇼가 일품이어서 그에 매혹되곤 했다.

 

그 뒤로는 한동안 뜸했다.

잊고 지내다가 2000년대 말에 문단(文壇) 정 작가님을 비롯하여 몇몇이 시낭송회 참석차 갔었는데 깜짝 놀랐다.

휘황찬란하고 북적이던 부곡 하와기 폐허 수준이었다.

메인 스타디움(Main Stadium, 주경기장)격인 부곡 하와이는 간판마저 녹슬고 떨어져 잡초만 무성하여 흉물스러웠다.

주변 상권과 주택가도 음산할 정도로 한산했다.

활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보고는 착잡했다.

실망하기보다는 인간과 세상 흥망성쇠의 잔재를 보는 것 같았다.

 

다시는 갈 일이 없을 것 같은 부곡이 기사회생하는가 보다.

덩달아 그러는 것은 아닌데 그곳에 대한 인식도 좀 달라졌다.

삼천포에서 함께 근무하던 통영댁의 친정이라는 것을 알고서부터다.

착실하고 열심히 근무하는 동료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는데 현지 사정이야 어찌 됐든 간에 좋게 생각되는 것은 당연하다.

인지상정이다.

 

<'부곡하와이' 재개장 첫 단추경남도·창녕군·소유주 면담>

오늘은 부곡 하와이가 되살아날 거 같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곳의 연혁에 대해서도 설명이 나와 있었다.

묘하게도 통영댁이 태어나고, 미당 선생이 제대하던 1970년대 말에 개장하여 인기 절정으로 번성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Aloha 'Oe (Tia Carrere & Daniel Ho), 다음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것은 어디에서든 있는 일이다.

찬란했다가 시들해졌으니 이제는 다시 옛 영광을 되찾았으면 하는 부곡 하와이다.

수영하며 쇼를 관람하고, 맥주를 마시며 즐거워 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 때 그 자리가 여기구나 하고 그리움과 추억에 젖으며 회상에 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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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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