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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롱 패딩

by Aphraates 2023. 11. 25.

 

검은 롱 패딩을 입기 시작했다.

한 겨울이아 아니라서 좀 이른 감이 있다.

그래도 나이 들어 객지에서 춰 오들오들 떠느니만보다는 두툼하게 입고 따뜻하게 다니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 일찍 꺼냈다.

지리산(智異山) 자락은 대체적으로 일기불순이다.

평지보다 온도가 몇 도 낮은데다가 언제 어떤 식으로 기온이 급강하하고 눈보라가 칠지 모른다.

유비무한(有備無患)이다.

중무장하여 만반의 태비를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이다.

 

쌍으로 롱패딩을 입고 끙끙거리며 살림살이를 차에 싣는 우리를 보고 누군가가 말했다.

바닷가 삼천포가서 돈 잘 벌더니 이제는 산자락의 남원에서 더 빛을 낸다며 롱패딩도 고급스럽고 따뜻해 보인다고 했다.

 

좋아 보인다는데 아니라고 손사래 칠 것은 없다.

고개를 끄떡이며 웃었다.

대화를 이어갔다.

 

맞는 말이지.

그러나 에브리씽(Everything)이 아니라 낫씽(Nothing)도 있어.

추운데서 따뜻하게 지내는 것은 맞지만 고급스럽다는 말은 틀려.

괜히 가재미눈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시야를 좀 넓혀야겠어.

커플 패딩은 삼천포 오일 장날(4, 9)에 산 구르마 패션이야.

하나에 O만원으로 합해도 10만원이 안 넘어가는 거야.

무슨 상표가 붙어있는지 자세히는 안 봤지만 백화점이니 대형 매장에서 파는 짝퉁이 아닌 진짜배기 브랜드 상품 OOO원 짜리 못지않아.

허영에 들 떠 유명 메이커 모조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격과 실용적인 면에서 구르마 패션을 찾는 것이니 삶의 지혜라고 봐야겠지.

 

그렇게 사실 그대로 설명을 했더니 그러냐면서 미당 선생 내외가 입으니 싼 것도 비싸 보이는 것 같다는 말로 패딩에 대한 대화가 끝났다.

고가 브랜드의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저가 무명의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없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기 실정과 수준과 편리에 따 실용적으로 입으면 그게 옷을 잘 입는 것이지 옷걸이에 따라 옷이 달라지게 본다면 어폐가 있는 것이다.

 

킬로숍(Kilo Shop)이란 말이 생소하다.

<“100g2900고물가에 무게 단위 판매 킬로숍유행> 이라는 타이틀이다.

기사를 자세히 읽어봤다.

불황과 고물가의 여파이자 생활의 지혜라는 분석에 공감이 갔다.

전에부터 재고품 옷을 헌 옷 사고 팔 듯이 근으로 달아 파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인기를 누릴 줄은 차마 몰랐다.

 

연말이 다가오자 연속으로 주말 대전 행(大田 行)이다.

성당, 가정, 사회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에 하자고 미루다 보니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있고, 연말에 해야 제 격인 것도 있다.

시제는 성당 추수감사 미사 봉헌으로 대신하더라도 대전에서 치러야 할 몇 꼭지 껀이 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껀도 있고,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일부러 바람을 잡거나 만들어서 하는 껀도 있는데 어떤 껀이든 싫지는 않다.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만큼이나 해야 할 것을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니 기왕 하는 거 즐겁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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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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