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거시기하면 싱글벙글 이었으면 한다.
아름다운 모양에, 듣기 좋은 소리에, 향긋한 내음에, 풍부한 영양가에 늘 함께 하고 싶고 뭔가 더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붉은 입술이길 희망한다.
이런 입술은 단호하게 배척한다.
사기꾼.
입만 열었다 하면 거짓말이다.
하류인생.
입만 움직였다 하면 험담이다.
무능력자.
입만 잠갔다 하면 남 탓이다.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면 되는 일이 없다.
입을 통하여 호흡을 하고, 음식을 섭취하고, 말을 하는 것이, 뽀뽀하는 것이 저절로 되는 것 같아도 천만의 말씀이다.
자제와 절제를 하며 잘 써야 아름답고 소중한 입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지 안 그러면 악취만 풍기는 창구다 될 뿐이다.
부부가 다정하게 입만 벌렸다 하면 돈이라는 치과에 다녀왔다.
오늘도 변함없는 그 상황이었다.
휘파람 불고 가볍게 갔다가 한 짐 지고 돌아왔다.
입 벌린 값을 톡톡히 했다.
삼천포 가서 품팔이 둘이 이빨 하다가 판났다고 할 때보단 덜하지만 기존 공사 A/S(After Service, 사후관리)에 이어 신규공사 EPC(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등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 대형 건설 프로젝트나 인프라사업 계약을 따낸 사업자가 설계와 부품·소재 조달, 공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을 뜻함. 일괄수주를 의미하는 턴키(turn-key)와 비슷한 개념) 건도 끊이지 않고 벌어져 호주머니 조용할 날이 없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잘 관리하여 쓰니 다행이다.
안 그러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사람 꼴은 꼴대로 안 될 거라며 스스로를 위안하지만 입에 들어가는 것도 없이 입만 빌리고 돈만 내야 하니 밑지는 장사다.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 그리스도 와 대축일이다.
아울러 갈마동 성당에서는 추수감사 미사와 원장 수녀님 영명축일 행사도 함께 있는 날이다.
어제는 반가운 소맥폭탄 부대 작전이 있었는데 가볍게 치료하면 될 것 같은 치과 진료가 커지는 바람에 안주만 축내는 처량한 신세로 작전 지원만 했다.
치과 행정실장님께 오늘 우리 소맥폭탄 작전하는 날인데 폭탄 댓 개 터트리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가 다른 것은 몰라도 그서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고 정색을 하시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안주만 축내며 뺀들거려야 할 처지다.
가용(Anna) 회장님이 이끄시는 여성분과에서 주선하는 국수잔치에 수육과 김치전과 귤을 곁들여 막걸리 한 잔 기울이는 재미가 솔솔 할 텐데 막걸리는 노땡큐에 안주만 축내는 신세가 되었다.
천상 기도와 묵상으로 축일과 감사제와 청양의 시향(時享)에 임해야겠다.
미완성의 입만 살아있다.
11구역 소속인 데보라와 아프라아테스는 설거지 담당인데 어정쩡하게 돕기도 그러니 땡길 거 후다닥 땡기고 어른 남원에 내려가야 한다는 핑계 같지 않은 핑계를 대고 줄행랑쳐야겠다.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 나간다.
기묘한 작전이다.
처지가 그렇지만 어떤 때는 명분이 약해 좀 송구스럽다.
남원에서는 올라가야 할 일이 있다며 대전을 핑계 댄다.
대전에서는 빨리 내려가야 할 일이 생겼다며 남원을 볼모로 잡는다.
그래봤자 몇 시간 상간인데 어느 때는 신의 한 수가 되는 전략이고, 어느 때는 참으로 구차한 변명인데 지킬 것은 지키고 할 것은 해가면서 그러니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은 아니고 빛바랜 애교로 봐줘도 됨직하다.
<http://kimjyyhm.tistory.com>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